박근혜 전 대통령이 K스포츠에 추가로 출연하도록 SK그룹을 압박한 정황이 공개됐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SK에서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안종범 전 정책조정 수석이 전화를 걸어 'K스포츠 자금지원 문제와 관련해 담당자가 너무 빡빡하게 군다. 대통령이 관심품고 지시한 사안인데 잘 살펴봐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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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비공개 단독면담을 한 뒤 안 전 수석은 “(재단 출연과 관련해) 잘 부탁한다”며 K스포츠 사업내용 등이 담긴 서류봉투를 SK측에 전달했다. SK그룹은 이미 미르와 K스포츠에 111억 원의 자금을 출연했었다.
SK그룹과 K스포츠 실무자들이 만나 추가출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K스포츠 측은 총 89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가운데 50억 원은 최순실씨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로 송금해달라고 했는데 SK그룹 측은 직접 송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SK그룹 측은 K스포츠에 20억~30억 원 정도 출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안 전 수석에게 다시 제안했으나 6월 중순경 안 전 수석이 K스포츠 자금지원 문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자금지원 논의가 중단됐다.
검찰이 “청와대나 대통령, 경제수석으로부터 협조 요청이나 지시 또는 요구가 왔을 때 들어주면 법적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고 묻자 이 대표는 “그렇다. 외부부탁 등은 법률적 리스크를 매우 세게 따지고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 이후 삼성그룹과 관련한 뇌물수수 부분과 증거조사에 집중해왔는데 15일부터는 당분간 매주 이틀씩 SK그룹 현직 간부들을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16일에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박영춘 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을 불러 신문한다. 22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소환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캐묻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