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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2016년 종무식에서 2017년의 경영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인공지능(AI)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온힘을 쏟고 있다.
무료 온라인백신 ‘알약’으로 대표되는 백신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수익원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 인공지능으로 안경판매에서 자산운용까지
11일 IT업계에 따르면 정상원 대표가 인공지능에 기반한 자산운용과 쇼핑몰사업 등을 이스트소프트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올해 인공지능이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문을 열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를 2020년까지 1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잡았다.
자산운용사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에 앞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산운용 알고리즘을 적용한 소규모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익률도 살펴보고 있다.
그는 5월 한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9~10개월 정도 내부자금을 운용한 결과 수익률 15%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반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 11%를 뛰어넘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스트소프트에서 인수한 안경 판매회사 ‘딥아이’의 온라인쇼핑몰에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가령 딥아이의 온라인쇼핑몰 이용자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안경을 가상으로 착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IT업계 관계자는 “안경은 온라인시장이 시작단계고 자율주행차처럼 대기업과 경쟁하는 분야도 아니다”며 “이스트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활용할 틈새시장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주력사업인 온라인보안에도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다. 그는 올해 알약을 비롯한 이스트소프트의 보안프로그램와 클라우드서비스 등에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클라우드서비스는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연결된 데이터센터에 저장해 언제든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정 대표는 2018년부터 일본 등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때도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보안서비스를 앞세울 계획을 세웠다.
그는 “기존의 연구결과에 새로운 악성코드 데이터를 추가해 지금보다 촘촘하고 넓은 (온라인보안의) 그물망을 인공지능으로 만들려 한다”며 “이렇게 했을 때 해외시장으로 나아갈 경쟁력도 함께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알약’에만 의존할 수 없다.
정 대표는 이스트소프트가 지난해 7월에 유치한 100억 원의 상당부분을 인공지능의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이스트소프트가 1분기에 영업이익 8천만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나 줄었는데 자산운용사 설립 등 인공지능에 투자한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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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트소프트의 대표제품인 온라인백신 '알약'. |
정 대표가 인공지능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이스트소프트가 온라인백신 알약 외에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3월 기업설명회에서 “이스트소프트가 지금까지 극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혁신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기존 제품에 접목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혁신적인 서비스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약은 현재 국내 PC와 모바일 백신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가 지난해 분할한 보안자회사 이스트시큐리티도 전체매출의 80%를 알약에서 내고 있다.
알약은 정 대표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정 대표는 1999년 이스트소프트에 들어온 뒤 알약 개발을 주도하면서 ‘알약 아저씨’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스트소프트는 2012년 영업손실 55억 원을 시작으로 5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규모가 더 작은 IT회사들과 비교하면 많지 않다.
이스트소프트는 ‘카발 온라인’ 등의 게임과 ‘줌’을 앞세운 포탈사업을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추진했지만 모두 썩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알약이 우위를 차지한 온라인백신시장은 전체 보안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와 견주면 전망이 불투명하다. 국내 컴퓨터용 백신시장의 규모는 700억~800억 원대로 크지 않다.
정 대표와 알약을 함께 개발했던 김준섭 이스트시큐리티 부사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알약이라는 확고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큰 자산이지만 뛰어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며 “백신만 하는 회사 등으로 파편화되면 생존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