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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신경전, 한국 '샌드위치 신세' 되나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7-06-06 10: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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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으로 꼽히는 반도체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국정부와 중국정부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자국기업에 막대한 지원을 펼쳐 국가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서로 견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신경전, 한국 '샌드위치 신세' 되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기업이 자칫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는 만큼 한국정부도 국가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산업과 관련된 신경전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 반도체산업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자신하지만 중국이 자체 반도체산업 육성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는 것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이전부터 반도체가 국방에 가장 핵심으로 꼽혀온 중요한 기술이라며 중국이 반도체에 15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운 데 대해 ‘무섭다’는 반응도 내놓았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사업 견제는 태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미국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미국업체와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데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국영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2015년 웨스턴디지털 반도체사업 인수시도와 지난해 마이크론과 기술협력 시도에서 미국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모두 고배를 마셨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미국은 중국이 막대한 기술투자로 반도체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경우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일치한 매우 드문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국가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직접 반도체기업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협약에 어긋나는데다 중국기업들이 지원금을 통해 높은 보수를 앞세워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술인력을 빼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해 세계반도체협의회에서 한국을 대표해 “중국정부는 자국 반도체기업 지원을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현지 반도체기업의 기술수준이 충분히 높아지면 반도체 수입을 중단하고 완전히 자급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반도체업황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정부는 이에 대응해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100조 원이 넘는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며 미국 IT분야 기업에 대부분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펀드에는 미국 통신사를 보유한 소프트뱅크를 포함해 대만 홍하이그룹, 애플 등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확보를 노리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대규모 투자를 받을 유력한 후보로는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반도체기업들이 꼽히고 있다. 사실상 미국도 중국에 맞대응해 정부 차원의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서는 셈이다.

미국정부는 최근 웨스턴디지털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지지하는 입장도 내놓으며 자국 반도체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홍하이그룹도 미국정부의 지원을 노려 컨소시엄에 애플과 아마존 등 미국기업을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은 양측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신경전, 한국 '샌드위치 신세' 되나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삼성전자는 올해 최초로 인텔을 넘고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와 서버기업, 전자제품 제조사 등은 모두 한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할 수밖에 없다.

미국정부와 중국정부가 모두 반도체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자급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중국은 내년부터 3D낸드 양산을 목표로 수십 조원의 투자비용을 자국기업에 쏟아붓고 있고 미국은 인텔의 반도체공장 증설에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 행동에 나섰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샌드위치 신세’에 놓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석박사 기술인력 지원과 인재육성 프로그램 등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반도체산업도 미국과 중국에 맞대응할 정부차원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른 시일에 4차산업혁명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변화를 내놓기로 약속한 만큼 반도체기업에도 긍정적인 정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한국이 글로벌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지면 미래 경제성장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약 8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 가운데 약 17.7%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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