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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5월2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삼성 파운드리포럼'을 열고 위탁생산과 통합칩 기술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무게중심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신사업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모두 갖춰 이런 시장변화에 가장 큰 수혜를 볼 반도체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통합반도체’ 기술개발의 성과가 신사업분야에서 마침내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반도체 사업구조 주목받아
6일 업계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의 발달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변화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주목받을 기업으로 꼽힌다.
자체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술과 양산능력, D램과 낸드플래시에 메모리반도체에 이르는 폭넓은 사업분야를 확보한 반도체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은 시스템반도체를 자체개발해 생산하며 최근 낸드플래시사업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하지만 PC용 반도체에 의존이 높은 사업구조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에 전체매출의 약 98%를 의존하고 있다. 퀄컴과 엔비디아 등 신사업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경쟁업체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하며 외부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긴다.
반면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압도적인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위탁생산 기술력에서도 최근 세계 최고수준으로 급성장했다. ‘만능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셈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반도체 사업구조가 최근 더 주목받는 이유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분야에 적용되는 반도체가 대부분 시스템과 메모리를 합친 ‘통합칩’ 형태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기기와 자율주행차 등에 적용되는 머신러닝 반도체는 대부분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하나의 통합모듈로 패키징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런 반도체산업 변화에서 삼성전자와 같이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를 모두 갖춘 기업은 가장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며 “반도체 설계과정에서 두 기술을 모두 활용해 최적의 성능과 최소의 비용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합친 완전한 통합칩을 개발해 글로벌 반도체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해왔지만 스마트폰 중심의 시대에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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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용 통합 반도체모듈 '아틱'. |
스마트폰 고객사들은 반도체의 공급가격에 더 민감한데다 소비자들도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요소에 집중해 통합칩이 갖춘 성능경쟁력은 비교적 주목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분야에서는 통합칩의 최대 장점인 반도체 소형화가 중요한 장점으로 꼽힌다. 또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반도체 성능은 안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통합칩 공정을 활용해 NXP반도체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자동차반도체 선두기업의 차기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전문매체 EE타임즈는 “삼성전자는 통합칩 개발에 나선 다른 업체들보다 기술개발에 훨씬 앞서나가며다 메모리반도체도 자체개발해 탑재한다”며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성능격차가 커 이런 기술력 차이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위탁생산 신공정과 ‘M램’ 기술 주목
삼성전자가 통합칩 공정개발에 완전히 성공할 경우 글로벌 위탁생산시장에서 단숨에 시장지배력을 높일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서버용 인공지능반도체 등 통합칩이 사용되는 신산업분야의 반도체 수요가 과거 스마트폰시장의 전성기와 같은 급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기회를 노리는 글로벌 위탁생산업체들의 투자경쟁도 점차 불붙고 있다.
도 연구원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관련 반도체수요가 급증하며 위탁생산업체들의 투자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시장진입을 경계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삼성전자가 최근 위탁생산 사업확대계획을 발표하자 이틀만에 자체 사업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보다 앞선 공정을 더 먼저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TSMC에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도 이미 메모리반도체는 대부분 삼성전자에 공급받아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앞세워 통합칩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TSMC 등 다른 업체의 기존 고객사를 대거 빼앗아올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통합칩 개발시기에 맞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M램’ 개발도 완료해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M램은 D램을 대체할 수 있는 3차원 구조의 메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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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꼽히는 M램. |
M램을 적용할 경우 전력소모를 기존 반도체모듈보다 크게 줄일 수 있고 대용량 이미지 등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1천 배 가까이 높아져 자율주행 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미 인텔과 엔비디아는 차기 인공지능 반도체에 삼성전자의 M램을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개발 완료시기를 2020년으로 밝혔지만 벌써부터 선점에 나선 것이다.
전자전문매체 컴퓨터월드는 삼성전자가 M램을 적용한 통합칩 반도체를 사물인터넷시장에 공급한 뒤 결국 스마트폰과 웨어러블기기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현재 애플과 퀄컴 등 주요 고객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통합칩 반도체기술과 M램 기술을 모두 확보할 경우 성능경쟁력 확보를 원하는 고객사가 앞다퉈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며 주도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는 올해 최초로 인텔을 뛰어넘고 반도체 1위기업에 오른 뒤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며 “위탁생산능력과 통합칩 공정기술 등에서 경쟁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