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으면서 명문제약, 씨트리 등 치매완화제를 판매하는 제약회사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이 진행하고 있는 치매치료제 연구개발(R&D)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
|
▲ 이규혁 명문제약 회장(왼쪽)과 김완주 씨트리 회장. |
기획재정부는 5일 총 11조2천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치매국가책임제를 이행하기 위한 예산으로 2023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올해 1418억 원을 투입해 현재 47곳인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시군구 252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605억 원을 들여 34곳이었던 치매안심병원을 79곳으로 늘리고 치매관리사 5125명을 추가로 채용한다.
치매국가책임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 사회복지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에도 여러 차례 치매국가책임제를 올해 안에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5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등의 업무보고에서 치매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6월 말까지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행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치매국가책임제가 공식화되면서 5일 치매 관련 제약회사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명문제약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1% 오른 6950원에 장을 마쳤다. 중견 제약회사 씨트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57% 오른 7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명문제약과 씨트리는 각각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의 치매완화제 ‘엑셀론’의 제네릭(복제약)인 ‘리셀톤’과 ‘엑셀씨’를 판매하고 있다. 명문제약은 국내 치매완화제 처방 1위 기업이고 씨트리는 최근 엑셀씨의 생산량과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오리지날 치매완화제인 엑셀론이 4월 불법리베이트로 인해 6개월 보험급여정지 처분을 받게 돼 리셀톤과 엑셀씨의 판매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급여가 정지되면 환자가 부담해야 할 약값은 몇 배나 늘어난다.
김완주 씨트리 회장은 5월 “1.5~6mg까지 노바티스 엑셀론의 전 제형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회사는 씨트리를 포함해 두 곳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100만 치매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어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회사의 치매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
|
▲ 민장성 동아에스티 사장(왼쪽)과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 |
현재까지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치매 관련 오리지날 의약품은 전 세계에 4개밖에 없는데 이 약품들도 치매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뇌기능개선제’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치매치료제를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3년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해 치매관련 연구를 시작해 현재 ‘DA-9803’이라는 이름의 천연물 소재를 기반으로 한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은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로부터 치매의 주요 발병원인을 억제하는 물질로 알려진 ‘ID1201’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일동제약은 2~3년 안에 치매치료제의 임상2상을 완료하고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치매치료제 개발의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고 국내 제약기업들의 치매치료제 개발은 아직 초기 임상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와 함께 치료제 개발에도 지원을 이뤄진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진현, 안용순 연세대 약학대학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다국적제약사들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국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