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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왜 현대차 연비경쟁을 외면할까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10-03 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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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왜 현대차 연비경쟁을 외면할까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펼치는 연비경쟁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리터카’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연비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터카는 1~2L의 연료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을 말한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고 개발된 기술들을 엔진에 적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일부터 열린 파리모터쇼는 이런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의 노력이 확인되는 자리였다.

유럽과 일본의 완성차기업들은 파리모터쇼에서 고연비의 차량을 선보였다. 모두 글로벌시장의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런 연비 경쟁에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파리모터쇼에서 곧 유럽시장에 출시될 신차들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현대기아차의 미래를 보여주기보다 현재 판매량에 더 골몰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완성차들을 따라잡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과연 연비 경쟁에 대책이 있는 것일까?

◆ 리터카 경쟁에 명함도 못 내민 현대차

현대차는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제네시스 등 완성차 및 콘셉트카 13대를 선보였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차량은 신형 i20, i30 CNG 바이퓨얼 쇼카, i40 48V 하이브리드 쇼카 등이다.

현대차가 파리모터쇼에서 신형 i20를 내세운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럽 자동차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소형차는 그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높다. 신형 i20는 유럽 전략차종으로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다.

i30 CNG 바이퓨얼 쇼카는 압축천연가스 엔진을 주로 사용하고 가솔린 엔진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신기술이 적용됐다. i40 48V 하이브리드 쇼카의 경우 디젤엔진에 배터리와 소형 전기모터, 컨버터 등이 조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두 쇼카 모두 양산차를 기반으로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신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존재감이 다른 완성차기업에 비해 한참 뒤져 보인다. 르노가 1L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이오랩을 공개하면서 이번 파리모터쇼는 리터카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1.5L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골프GTE를, 푸조는 2L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208 하이브리드 에어2L를 선보였다. 푸조의 신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기존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전기모터 대신 공기압축을 통해 동력을 얻는다.

현대차는 신기술을 통해 친환경성과 연비개선 효과가 있다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연비수치는 제시하지 않아 리터카 경쟁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기아차가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차량은 유럽 전략차종인 벤가 상품성 모델, 내년 초 출시 예정인 프라이드의 상품성 개선 모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K5 터보 하이브리드 쇼카 등이다. 기아차가 선보인 차량들 가운데 뛰어난 연비로 눈길을 끄는 차량은 없었다.

  정몽구, 왜 현대차 연비경쟁을 외면할까  
▲ 현대자동차는 2일 개막한 2014 파리모터쇼에서 신형 'i20'를 선보였다.

◆ 현대기아차 연비기술 한계 극복할까

이번 파리모터쇼를 계기로 리터카 경쟁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그동안 연료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개발에 몰두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기술개발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고 앞으로 한동안 이 기술들을 구현하는 차량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결국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얼마나 더 좋은 연비를 갖춘 차량을 시장에 내놓느냐를 놓고 경쟁에 불을 뿜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톱5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연비기술은 상당히 뒤쳐진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연비 개선율은 국내 완성차기업 5곳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비 개선율은 각각 4.9%, 3.9%였다. 이는 쌍용차(10.1%)와 르노삼성(6.4%)보다 낮고 한국GM(3.5%)를 약간 앞서는 정도다.

수입차까지 범위를 넓히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톱5라는 명성은 무색해진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BMW코리아는 연비를 17.4% 개선했으며 한국토요타자동차도 연비를 12.2%나 높였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포드세일즈코리아(4.7%)와 크라이슬러코리아(4.5%) 등 미국 브랜드 정도만 현대차보다 낮은 연비 개선율을 보였다.

현대차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기업과 연비경쟁에서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인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양산체제를 갖춰 대응하려고 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풀타입 하이브리드와 달리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연비개선 정도가 풀타입 하이브리드보다 떨어지지만 차량 내부구조에 큰 변화없이 적용할 수 있어 양산체제를 갖추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차의 대세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굳어지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기존 하이브리드가 자체 발전방식을 이용하던 것과 달리 외부전원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이 적용됐다.

유럽과 일본의 완성차기업들은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대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였다.

르노의 콘셉트카 이오랩(L당 100km), 폴크스바겐의 준중형 해치백 골프GTE(L당 66㎞), 포르쉐 SUV 카이엔S E-하이브리드(L당 29km), 토요타 소형차 야리스(L당 24.3㎞), 메르세데스-벤츠 S500 PHEV(L당 35.7km) 등이다. 콘셉트카부터 양산차까지 차급도 다양한 데다 엄청난 연비위력도 보여준다.

일각에서 현대기아차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전략이 자칫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중”이라면서도 “어떤 모델인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몽구, 왜 현대차 연비경쟁을 외면할까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3월5일(현지시각) 독일 뤼셀스하임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를 방문해 신차 개발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 파리모터쇼에서 미래를 보여주지 못한 현대기아차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주인공 격으로 i20와 올 뉴 쏘렌토를 내세웠다. 두 차량 모두 조만간 유럽시장에 출시된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 부진이 이어지자 브랜드의 미래를 제시하는 장소인 모터쇼에서 출시를 앞둔 신차 판매에 더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에 유럽 판매량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1% 가량 느는데 그쳤다. 전체 유럽 자동차판매량 증가율인 6.2%에 한참 못 미친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4% 감소한 21만9617대를, 기아차는 5.5% 증가한 18만5882대를 팔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잇따라 유럽 출장에 나서는 등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도 유럽 부진에 따른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파리모터쇼 현장에서도 유럽 판매량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탁욱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은 2일 인사말을 통해 “2012년 파리 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의 양산체제를 구축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와 i20월드랠리카를 선보였던 것처럼 이번 모터쇼에서 또 한번 의미있는 차량인 유럽 전략형 모델 신형 i20를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신형 i20를 통해서 유럽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오태현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도 이날 인사말에서 기아차의 미래보다 현재 판매량을 더 강조했다.

그는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기아차는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올해 8월까지 23만7천여 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5.1% 성장했다”며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최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신차 출시 등의 공격적 마케팅 활동을 실시해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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