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LCD TV패널과 차세대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역량을 모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LCD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가 모바일 올레드패널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홍하이그룹의 거센 추격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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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25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최근 발간한 기업보고서에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기조에도 글로벌 생산투자와 시장확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하이그룹은 최근 중국에 약 10조 원을 투자해 디스플레이 공장증설을 결정한 데 이어 미국에도 8조 원 규모의 신규공장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인도에도 2020년까지 공장 10곳 이상을 건설하기로 했다.
최근 홍하이그룹이 대규모 해외투자계획을 내놓자 리커창 중국총리가 우려해 궈 회장을 직접 만나 중국 투자를 확실히 늘려달라는 요청을 내놓았을 정도다.
홍하이그룹은 지난해 초 인수를 마무리한 샤프가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작업을 통해 실적반등에 성공하자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발빠르게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다.
샤프의 LCD공장에서 생산하는 패널을 샤프 브랜드의 TV에 탑재해 판매하는 수직계열화로 가격경쟁력과 안정적인 패널 수급효과, 브랜드 경쟁력을 모두 확보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주력시장인 중국에서 샤프 TV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중국에서 샤프 TV의 1분기 판매량 점유율은 6.8%로 지난해 1분기보다 4배 가깝게 늘었다.
궈 회장은 올해 샤프의 TV 출하량 목표를 지난해의 2배인 1천만 대로 내놓았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판매량이 늘자 목표치를 1500만 대로 올려잡았다. 올해 시장점유율은 13%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홍하이그룹은 샤프의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존 고객사에 LCD패널 공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는데 이런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에 샤프의 TV패널 공급감소로 수혜를 봐 실적을 큰폭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기존 중국 TV고객사들의 수요가 줄어들며 실적부진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센스와 TCL 등 기존 중국 주요 TV업체의 판매량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에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하이그룹이 이전부터 투자해온 이노룩스와 샤프 등 디스플레이 자회사의 대형 LCD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샤프의 TV시장 지배력 확대와 함께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홍하이그룹의 TV사업 확대 의지가 강력하고 실제 성과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의 LCD TV패널사업에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전문매체 페이턴틀리애플은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건설하는 대규모 디스플레이공장에서 LCD패널이 아닌 애플 아이폰 등에 공급하기 위한 차세대 모바일패널을 주로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샤프가 홍하이그룹에 인수되기 전 브랜드 사용권 일부를 매각해 홍하이그룹이 미국에서 샤프 TV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LCD패널 공장을 지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다.
홍하이그룹이 자체 브랜드를 통한 미국 TV시장 진출은 불가능에 가깝고 샤프 브랜드 사용권을 확보한 하이센스도 이를 홍하이그룹에 다시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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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왼쪽)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페이턴틀리애플은 이 공장에서 홍하이그룹이 이그조(IGZO) 방식의 LCD패널 또는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애플에 독점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애플 아이폰에 올레드패널을 독점공급하는 효과로 실적이 대폭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받고 있다. 물량확보를 위해 올레드 생산공장 증설에도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대규모 수요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샤프로 이동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홍하이그룹은 지난해 마이크로LED 연구소를 신설한 뒤 최근 관련기업을 인수하는 등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패널 양산에 들어가 애플의 스마트워치에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맥루머는 “애플과 홍하이그룹의 오랜 협력관계를 고려하면 마이크로LED가 결국 애플 기기 전반으로 탑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보다 기술발전속도도 빨라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