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에 상대적으로 ‘무풍지대’로 남았지만 LG상사 자회사인 물류회사 판토스를 놓고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상무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어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
|
|
▲ 구본무 LG그룹 회장. |
24일 재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등장과 함께 공정위의 재벌 감시역할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LG그룹의 물류회사인 판토스가 공정위의 주목을 받는 대상으로 될 수 있다.
LG그룹은 4대그룹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의 영향을 가징 적게 받을 그룹으로 꼽힌다. 지주사체제로 일찌감치 전환해 상대적으로 모범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류회사인 판토스는 자칫 LG그룹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LG상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전체매출 12조 원가량 가운데 57% 정도를 계열사 내부거래에서 올렸다. 특히 LG상사의 자회사인 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70%를 넘는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르면 대기업 상장계열사의 경우 오너일가 지분이 30%, 비상장계열사는 20% 이상일 때 전체 매출의 12% 또는 200억 원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리면 처벌을 받는다.
상장사인 LG상사는 오너일가 지분율이 약 12%, 비상장사인 판토스는 19.9%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 하지만 지분율 기준을 강화하는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에서 지분율 기준을 놓고 상장사든 비상장사든 10%로 낮추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물론 이런 수준까지 규제가 강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지만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의가 거세질수록 LG그룹으로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재벌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일감몰아주기를 놓고 철저한 조사와 규제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미 주요 재벌기업에서 내부거래 관련자료를 제출받은 뒤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몰아주기는 그룹 계열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대부분의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주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서 경영권 승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판토스 역시 LG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 꼽히는 구광모 LG 상무 등 오너4세의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동앗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계열사의 내부거래 규모를 늘려 덩치를 키운 뒤 상장을 추진하거나 지주사 LG와 합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판토스가 과거 LG전자의 물류자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를 인수해 물류체계를 일원화하며 이런 관측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
|
|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
판토스 관계자는 “연간 개인 주주들에 돌아가는 배당금은 약 2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내부거래 비중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판토스를 둘러싸고 ‘갑횡포’ 논란이 제기되는 점도 부담이다. YTN 보도에 따르면 판토스는 물류 운송계약을 체결할 때 임의로 적정기준을 설정해 선사들이 운송료를 낮추도록 유도했다.
이에 대해 판토스 관계자는 “입찰가격과 관련해 피드백을 준 것은 선사들이 입찰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물류업체에 비하면 훨씬 나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가 4대그룹에 특별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공정위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전에 펴낸 책에서 “재벌그룹의 내부거래 물량으로 생존하는 계열사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아니다”라며 “계열사에 몰아주는 일감을 외부업체로 적극 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