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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책임진 지 4년이 됐다.
구 부회장은 지난 4년 동안 LG전자가 피처폰 시절 누렸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기본’과 ‘시장선도’를 강조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고 조직문화 쇄신을 통해 ‘독한 LG전자’를 만들려고 했다.
구 부회장이 거둔 4년 동안의 경영성적을 살펴보면 LG전자가 이제 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구 부회장이 2010년 취임했을 당시 LG전자의 영업이익은 2824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847억 원으로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LG전자의 해묵은 숙제인 스마트폰사업에 대해서 불안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전략 스마트폰 G3의 성공으로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래도 널뛰기 실적을 기록했던 과거 사례를 볼 때 미래를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 부회장은 이번에야 말로 LG전자의 롤러코스터 실적을 끝낼 수 있을까?
◆ ‘회장님 폰’으로 거둔 3분기 연속 흑자 기록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구 부회장에게 주문한 것은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전임 남용 부회장은 피처폰 시절 LG전자의 황금기를 이끌었지만 스마트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2009년 1조334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그 이듬해 708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추락했다. 단 1년 만에 영업이익이 2조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구 부회장 취임 후에도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은 적자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MC사업부는 2011년 3분기에도 적자를 내면서 2010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2011년 4분기와 2012년 1분기 두 분기 연속 흑자를 내자 스마트폰사업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곧바로 적자로 돌아서 기대가 꺾였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스마트폰이 부활하려면 LG전자뿐 아니라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결시킨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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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 'G 시리즈'의 첫 작품인 '옵티머스 G' |
구 부회장은 이런 의견을 구본무 회장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회장님 폰’으로 알려진 ‘옵티머스G’였다. 구 부회장은 ‘G 시리즈’의 첫 제품인 옵티머스G를 2012년 9월 선보였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LG이노텍 등 그룹 계열사들은 옵티머스G 개발단계부터 LG전자와 협력했다. 옵티머스G에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트루 HD IPS+’ 화면이 탑재됐고 LG화학의 배터리 기술과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등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기술이 집결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옵티머스G에 힘입어 2012년 4분기 처음으로 피처폰 판매량을 넘어섰다. LG전자의 휴대폰 판매량은 1540만 대였는데 이 가운데 860만 대가 스마트폰이었다.
옵티머스G 성공에 고무된 LG전자는 지난해 3월 후속 제품인 ‘옵티머스G프로’를 출시했다. LG전자는 두 제품의 연이은 성공으로 2012년 4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 야심작 ‘G2’ 내놨지만 실적은 뒷걸음질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3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실적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난해 1분기 1328억 원이었던 MC사업부 영업이익이 단 한 분기 만에 절반 이하인 612억 원으로 떨어진 탓이었다.
특히 LG전자가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고도 부진한 실적을 내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1210만대로 1분기 1030만대보다 180만대 더 많았다.
구 부회장은 실적부진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G2’를 선보였다. 제품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초창기 때부터 썼던 ‘옵티머스’란 이름을 과감히 뗐다.
또 전원 버튼과 볼륨 버튼을 모두 후면으로 옮기는 파격적 디자인을 앞세워 비슷비슷한 스마트폰 디자인에 실증을 느낀 소비자들을 공략하려고 했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은 지난해 3분기 7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그리고 적자행진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구 부회장이 야심작 G2를 내놨는데도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이 부진한 실적을 낸 원인은 무엇보다 과도한 마케팅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LG전자는 지난해 G2를 출시하면서 2천억 원이 넘는 마케팅비를 썼다.
구 부회장의 ‘스마트폰 올인 전략’이 통하지 않자 구본무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무통으로 알려진 정도현 사장을 LG전자의 각자대표로 임명하는 변화를 줬다.
당시 재계에서 구본무 회장이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해 LG전자의 수익성을 높이려고 이런 조처를 취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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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5월21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LG전자 가산R&D캠퍼스를 찾아 'LG G3'와 'LG G워치' 등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 G3 성공 거뒀지만 시장상황 녹록치 않아
LG전자 MC사업부는 올해 2분기 85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분기만의 흑자 달성이다. 스마트폰 판매량 역시 역대 최고치인 1450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출시된 G3가 시장의 호평을 받으면서 LG전자 스마트폰의 브랜드 가치가 동반상승한 덕분이었다.
LG전자는 G3 성공에 힘입어 세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LG전자의 미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지난 6월 10%에서 7월 13%로 상승했다. G3가 지난 7월부터 미국 4대 이동통신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시장에서도 ‘G3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시장 공략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LG전자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징동’을 통해 지난달부터 G3를 팔고 있다. 현재 1차 공급물량이 매진돼 추가공급이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G3가 중국에서 최소 3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이어오고 있지만 또다시 실적부진의 늪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공세가 LG전자를 위협하는 최대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가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흔들리고 있듯이 LG전자도 곧 글로벌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진투자증권은 29일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중국과 중남미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며 “이는 LG전자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 경쟁 역시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최근 나란히 ‘아이폰6’과 ‘갤럭시노트4’를 내놨는데 이 제품들은 오는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된다.
LG전자는 제품 라인업 강화로 이러한 시장상황에 대응하려고 한다. 지난 7월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정도현 사장은 “G3의 파생형 중저가 모델인 G3 비트와 G3 비스타 등을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신흥국을 겨냥한 ‘L 시리즈(3G 모델)’와 ‘F 시리즈(LTE 모델)’ 신제품도 내놓아 신흥국시장 공략도 강화하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