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하나SK카드에서 당분간 손을 떼지 않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애초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합병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분을 정리할 방침을 세웠으나 기존대로 카드사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의리’를 내세워 설득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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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
30일 하나금융지주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의 지분을 정리하지 않기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이는 11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카드사 출범 이후 지분을 매각해 카드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던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앞으로도 유지할 예정”이라며 “통합카드사는 금융과 통신을 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하나SK카드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왔다. 하나카드는 2009년 설립됐는데 SK텔레콤이 4천억 원을 투입해 하나카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회사이름도 하나SK카드로 변경됐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은 그동안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다. SK텔레콤은 하나SK카드에 부사장급 인력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스마트폰의 유심칩과 카드를 결합한 모바일 카드의 성공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자회사인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공동경영체제가 깨지게 됐다. SK텔레콤은 통합 카드사가 출범하면 하나SK카드의 지분율이 기존 49%에서 25.4%로 낮아진다. SK텔레콤이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최소 33%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두 카드사의 합병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무렵부터 보유지분을 매각할 뜻을 하나금융에 전달했다.
SK텔레콤이 이번에 카드사업 철수의 뜻을 바꿔 현재의 지분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거듭 만류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하나카드에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20년 넘는 친분도 작용했다.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 철수를 고려한 데에도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금융지주에서 물러난 점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그러나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하나금융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의리를 내세우며 설득해 SK텔레콤은 당분간 현재대로 지분을 유지하고 전략적 제휴관계를 이어간다는 결정을 내렸다.
김 회장은 최근 통합카드사 출범 후 SK텔레콤과 관계와 관련해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은 패밀리”라고 말했다. 합병 뒤에도 SK텔레콤과 관계를 현재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언제까지 의리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업계는 본다. SK텔레콤이 기대했던 만큼 통신과 금융의 시너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시장이 앱카드 결제 방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서 SK텔레콤이 주력해온 모바일 카드의 전망은 더욱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하나금융과 의리를 지키는 차원에서 현재 지분을 유지하겠지만 두 카드사의 합병이 마무리되고 안정을 찾으면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