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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후 일본롯데는 어떻게 될까?
신 회장은 일본주주들의 지지로 일본롯데의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지배력이 매우 취약한 만큼 언제든 다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이끈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일본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후계에 이르러서도 이런 지지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오는 6월 하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사 복귀 안건을 제안하기로 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뿐 아니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일본롯데에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형제의 경영권 분쟁의 본격화한 2015년부터 3차례나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였지만 그때마다 신동빈 회장이 승리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분구조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3%,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1.6%, 신동빈 회장 1.4%, 신 총괄회장 0.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가 6.8%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공영회(13.9%), 임원지주회(6.0%) 등 일본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다.
일본인 경영진이 움직일 수 있는 지분이 절반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제외한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그동안 한국롯데를 이끌면서 보여줬던 경영능력이 일본주주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끈 일본롯데의 외형이 크게 위축된 반면 신동빈 회장이 이끈 롯데그룹은 국내 5위의 그룹으로 거듭났다. 신 회장이 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이 최근까지 성사한 인수합병은 모두 36건, 14조 원 규모에 이른다.
문제는 신동빈 회장의 카리스마가 후대까지 이어질 수 있냐는 점이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씨는 롯데그룹 안팎에서 신 회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인물이다.
그는 게이오대학을 졸업하고 노무라증권을 다니다 미국 콜럼비아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는 등 신 회장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신씨는 아직 한국롯데와 일본롯데 그 어느 곳에도 몸담고 있지 않다.
신씨가 일본롯데를 승계받는다고 해도 아버지처럼 경영능력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처럼 하루아침에 해임되는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1월 한일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됐다. 이사회 승인없이 IT업체에 투자했다가 10억 엔을 손해 봤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오너일가 비리와 관련해 구속될 위기에 처했을 당시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일본 측에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대목도 일본주주들의 지지에 따라 하루아침에 경영권의 방향이 갈리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신 회장이 1%대의 취약한 지분율로 일본롯데를 경영할 수 있는 근거가 일본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인 만큼 이들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신 회장의 입지도 불안해 질 수 있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개편에 나서는 배경에 이런 지배구조와 깊이 관련돼 있다. 일본롯데와 연결고리를 최대한 줄여 한국롯데는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필요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신격호 회장의 카리스마,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이 일본주주들의 지지를 얻었다면 신동빈 회장 이후부터 일본롯데에서 오너일가가 일본주주들의 지지를 계속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