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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월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민관 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에서 종합방재센터를 찾아 훈련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주회사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 지배구조개편으로 일본과 연결고리 약화하나
1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새로 출범하는 롯데지주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동안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있던 호텔롯데가 보유하게 될 롯데지주 지분이 신 회장보다 낮아 호텔롯데의 영향력은 약해진 반면 신 회장의 영향력은 강해졌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만든 뿌리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일본주주의 지분율이 98%에 이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우선 국내 유통과 식품제조 계열사에서 일본롯데의 영향력을 줄인 데 이어 앞으로도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연결고리를 끊는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이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 회장은 2015년부터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낮춘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은 언제나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현재 호텔롯데 수익의 대부분이 나오는 면세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대신 호텔롯데 아래 있는 주요 계열사를 롯데지주 아래에 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기대한 가장 큰 효과는 수조 원의 공모자금이 아니라 국적논란 해소”라며 “현재 사드보복과 재판 등 여러 문제들로 상장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대신 다른 방법으로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일본롯데와 한국롯데의 연결고리를 약화하는 것만으로 롯데기업을 따라다니는 정체성 논란을 단번에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지분구조로 일본롯데와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의 경우 사업적으로도 일본롯데와 깊이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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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새로운 50년을 향한 희망의 불빛을 상징하는 '뉴롯데 램프'를 점등하고 있다. |
◆ 롯데, 일본기업 논란에서 벗어날까
일본롯데는 1949년, 롯데그룹은 1966년 세워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일본에서 마련한 자금을 통해 국내에 롯데그룹 계열사를 만들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1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롯데는 한국기업인가, 일본기업인가”라는 질문에 “반반”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 반 일본 반”이라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행보도 국적논란에 불을 붙였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수사과정에서 가족들이 일본어로 소통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일본롯데의 주력사업이 제과사업인 만큼 롯데제과 일본롯데는 활발한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롯데제과는 대만에서 일본롯데 현지법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 일본롯데의 제품이 롯데제과의 현지법인을 통해 유통된다.
롯데제과는 일본롯데와 주요 원료를 함께 구매해 원가를 낮추고 해외공장과 거래처도 공유하고 있다. 함께 개발한 상품도 한국과 일본에 각각 내놓았다.
유니클로 역시 롯데쇼핑과 일본기업의 합작법인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유니클로의 운영사 에프엘알코리아는 롯데그룹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1%는 유니클로의 본사인 일본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이 소유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6년 회계연도(2015년 9월~2016년 8월)에 일본 본사에 로열티, 배당 명목으로 500억 원이 넘는 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롯데그룹이 일본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1%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는 대부분 국내에 재투자한다.
롯데그룹은 기회가 날 때마다 한국기업임을 강조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3.1절을 기념해 롯데월드타워에 태극기와 ‘대한민국 만세!’ 메시지를 부착하기도 했다. 최근 개장한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도 곳곳에 한국을 강조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법인세도 한국에 내고 한국인을 고용하는 엄연한 한국기업”이라며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사체제 전환을 통해 거버넌스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주주의 비중이 60%를 넘는데 삼성전자도 외국회사냐”고 반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