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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의 현대오일뱅크, 이익률 1위 비결

장윤경 기자 strangebride@businesspost.co.kr 2014-09-23 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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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의 현대오일뱅크, 이익률 1위 비결  
▲ 권오갑 전 현대오일뱅크 사장

위기의 현대중공업그룹에 현대오일뱅크의 혁신 유전자 이식이 시도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경영을 현대오일뱅크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현대중공업 사장 겸 그룹기획실장으로 임명된 뒤 곧바로 그룹기획실에 경영분석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현대오일뱅크 임원들을 앉혔다. 조영철 전무, 금석호 상무, 송명준 상무 등 현대오일뱅크에서 한솥밥을 먹던 핵심들이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를 올해 상반기 정유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회사로 만든 주역이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를 2011년부터 3년 연속 정유회사 가운데 이익률 1위 회사로 만들었다.

권 사장은 어떻게 현대오일뱅크의 대변신을 이끌어 냈을까? 그리고 현대중공업을 현대오일뱅크로 바꾸는 권 사장의 대혁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 나홀로 ‘흑자 달성’한 현대오일뱅크

정유업은 업체별 수익구조가 유사해 실적이 대체로 비슷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 불황에서 나홀로 흑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1천억 원이 넘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1분기에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350억 원, GS칼텍스는 814억 원, 에쓰오일은 469억 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냈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1033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 현대오일뱅크만 나홀로 흑자를 달성했다. SK에너지를 비롯해 다른 정유업체들은 모두 500억~7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에도 394억 원이라는 흑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규모가 가장 적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다른 경쟁사에 비해 후발주자다.

국내 정유사의 일일 정제량은 SK이노베이션 111만5000배럴, GS칼텍스 77만5000배럴, 에쓰오일 66만9000배럴이다. 현대오일뱅크는 39만배럴 규모로 가장 작다.  정제량은 원유 생산량을 말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정유업계에서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보면 현대오일뱅크는 2.3%로 가장 높다. SK이노베이션이 2.1%, GS칼텍스가 2%, 에쓰오일이 1.3% 순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했다.

2012년 5개 조선계열사의 영업이익은 1조6729억 원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전체(2조1319억 원)의 78.5%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5012억 원으로 줄어들어 그룹(1조422억 원) 이익의 48%에 그쳤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4개 석유화학계열사는 2012년 총 357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그룹 전체의 1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42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이익의 41%로 비중이 높아졌다.

  권오갑의 현대오일뱅크, 이익률 1위 비결  
▲ 2012년2월 현대오일뱅크가 7일 싱가폴 샹그릴라 호텔에서 세계적 정유회사 쉘(Shell)과 윤활기유 합작사업 조인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 권오갑, 현대오일뱅크에 기를 불어넣다


권오갑 사장은 2010년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자 초대 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현대오일뱅크의 사기는 많이 떨여져 있었다. 주인이 계속 바뀌어 직원들도 소속감과 조직력이 바닥이었다.

현대오일뱅크는 1964년 극동정유에서 출발했고 1993년 현대그룹에 인수되면서 현대정유가 됐다. 2001년 아부다비 국제석유투자회사(IPIC)로 경영권이 넘어갔다가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됐다.

권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만년꼴찌라는 패배의식, 잦은 경영권 교체로 느슨해진 조직기강을 잡는데 주력했다.

권 사장은 실적개선을 위해 사업다각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권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기획조정실을 신설해 석유정제뿐 아니라 석유화학, 윤활기유, 유류저장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내놓았다. 그는 “원유정제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넘어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해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제2공장을 완공하는 등 매출의 정제분야 의존도를 낮췄다.

권 사장은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유류저장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울산에 총 28만kL의 석유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오일터미널 준공식을 열었다. 권오갑 사장은 "국내 최초의 상업용 유류 터미널 운영이 회사의 사업구조 다각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또 고도화율을 높이는 데 온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서 고도화시설을 갖추어야 했다. 고도화시설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벙커C유와 아스팔트 등의 중질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나 경유로 전환하는 설비다. 

고도화율이 높아지면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배럴당 정제 마진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자연히 회사 수익이 늘어난다.

현대오일뱅크가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경유를 생산하기 위해서 이런 고도화 시설이 필요했다. 권 사장은 2011년 하루 5만2000배럴의 제2고도화 설비를 성공적으로 상업가동했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 두번째로 높은 고도화율을 기록했다.

권 사장은 원가절감에도 주력했다. 권 사장의 원가절감 노력은 최첨단 열공급시설(FBC)로 구체화됐다. 이 시설은 코크스 연료를 넣어 보일러를 돌리는 것으로 저유황 중유보다 훨씬 비용이 절감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설비를 사용함으로써 연 9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북해산, 남미산 원유 등으로 원유 수입처를 확대한 것도 권 사장의 원가절감 주문에 따른 것이었다.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를 맡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오일뱅크는 국내시장 점유율 18%에 10년째 머물렀다. 그러나 권 사장이 취임하고 올해 시장 점유율이 22%로 높아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으로 GS칼텍스를 제치고 점유율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6년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권오갑의 현대오일뱅크, 이익률 1위 비결  
▲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 11월 서울사무소에서 권오갑 대표이사 사장, 김태경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1 임금위임 및 무파업 선언식”을 개최하고 임금협상을 회사에 일괄 위임하기로 합의했다.

◆ 기업을 축구팀으로 보는 권오갑의 리더십


권 사장은 직원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한다.

그는 “사장 임기 동안 계열사 5개는 만들고 나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계열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업영역이 확대된다는 것이고 직원들의 승진기회도 늘어나므로 굉장히 실질적이고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동기부여를 위해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줬다.

권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주인이 바뀌어 불안해 하는 직원들에게 '현대가 가족경영'을 전파했다. 그는 “당분간 구조조정은 없다”며 “우리는 모두 현대중공업 식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식구가 된 만큼 그룹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자"고 역설했다.

그는 서울과 대산공장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훈을 걸었다. 현대중공업과 기업문화를 본격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권 사장은 곧잘 기업을 축구팀에 비유한다. 권 사장은 “팀을 이끄는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사이에 신뢰와 조직력이 무너지면 아무리 강팀이라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며 “과거 명성에만 안주해 변화하지 않으면 실패만이 있을 뿐이고 기업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정유 4사 중 꼴찌지만 얼마든지 조직력을 갖추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었다.

권 사장이 울산현대축구단 단장,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를 거친 이력도 이런 경영철학을 품게 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 권오갑의 현장경영 그리고 스킨십

권 사장은 현장경영을 중시한다. 그는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영국 런던사무소 외자구매부장, 서울사무소장을 거치는 등 30여년 동안 영업, 구매, 경영지원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권 사장은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어도 매주 대산공장을 찾아 하루를 보냈다. 그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늘 새벽 3시30분 울산공장을 향해 출발했는데 나는 오전 5시는 돼야 출발하니 이른 것도 아니다”라며 “오전 6시30분에 공장에 도착하면 옷 갈아입고 6시50분부터 중역들과 아침을 함께하며 회의한다”고 말했다.

  권오갑의 현대오일뱅크, 이익률 1위 비결  
▲ 권오갑 사장이 주유소에서 일일 주유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협력사 직원들을 고려한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2012년 대산공장에 협력업체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한마음관을 마련했다. 한마음관은 300여명의 협력사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180석 규모의 식당과 샤워시설에 간단한 운동시설도 갖췄다.

권 사장은 “달라진 협력업체 직원들의 표정은 건물을 짓는 데 든 30억 원이라는 돈보다 더 큰 가치”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직원들과 스킨십을 통해 직원들이 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애를 쓴다고 한다. 그는 “회사는 돈만 버는 곳이 아니다”라며 “구성원 각자의 인생을 가치있게 해주는 것도 회사의 큰 책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매주 금요일 저녁 직원들과 함께 ‘경영진과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또 사장 업무용 차량인 에쿠스를 직원들 결혼, 장례식 등 경조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내줬다. 그는 임직원들이 급여 1%를 사회에 기부하도록 했다.

권 사장 스스로가 일일 주유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모든 임직원이 직영주유소에서 연 20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해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려고 했다.

현대오일뱅크 노조는 2011년에 임금협상을 전적으로 회사에 위임했다. 지난해에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했다.

◆ 후임 문종박 사장도 현대오일뱅크 성장 이어갈까

권 사장의 뒤를 이를 현대오일뱅크의 사장에 문종박 부사장이 올랐다.

업계는 그동안 문 신임 사장이 현대오일뱅크의 사업다각화를 맡아왔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의 성공을 이어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문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신사업 등을 책임져왔다는 점이 신임사장에 선임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그동안 경영지원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을 맡으면서 현대케미칼과 현대쉐베이스오일 설립 등 신사업 추진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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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현대오일뱅크는 사업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권 사장도 역점을 뒀던 일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익성이 떨어진 정유사업에서 벗어나 비정유사업의 비중을 늘리는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활기유사업은 올해 하반기 본격적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 대산공장 내 설립된 하루 생산 2만배럴 규모의 윤활기유 합작공장이 하반기에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 4월 글로벌 석유회사 쉘과 합작법인 ‘현대쉐베이스오일’을 설립하면서 윤활기유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혼합자일렌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합작으로 설립한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22만㎡ 부지에 연 생산 100만톤 규모의 혼합자일렌 생산공장을 설립해 2016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려고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런 사업다각화를 통해 매출에서 석유정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93%에서 2020년 6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문 사장은 앞으로 신사업 투자를 해외로 넓혀나갈 계획도 밝혔다.

문 사장은 현대중중공업 중국지주회사에서 근무하고 현대오일뱅크 글로벌사업본부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그는 “해외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아 많은 기업들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가 향후 호황에 대비한 투자의 적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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