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이 일본 도시바가 매각하는 반도체사업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점점 굳어지고 있다.
실버레이크가 이전에 델을 인수한 뒤 공격적인 투자로 사업을 확대한 것처럼 도시바를 인수한 뒤 반도체업계에서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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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델 델엔터프라이즈 CEO. |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시바가 반도체사업의 지분인수 후보를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그룹, 실버레이크와 브로드컴 연합으로 압축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IT기업과 TSMC, 마이크론 등 반도체기업을 포함해 10개 이상의 인수제안을 받은 뒤 여러 조건을 검토해 내린 결론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일본정부가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홍하이그룹이나 SK하이닉스에 지분이 매각되는 것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국 20조 원 가까운 거액을 써내며 도시바 낸드플래시사업 공동인수에 뛰어든 실버레이크와 브로드컴에 기회가 넘어갈 공산이 크다.
실버레이크는 IT업체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사모펀드로 꼽힌다. 2013년 PC업체 델을 244억 달러(약 28조 원)에 인수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5년 델이 기업용 솔루션업체 EMC를 670억 달러에 인수한 역사상 최대규모의 ‘빅딜’에도 직접 참여했고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벌였다.
델은 EMC와 합병 뒤 기업용 솔루션 전문업체로 새로 출범해 주로 서버와 네트워크장비 등을 판매한다. 클라우드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분야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실버레이크가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델의 서버장치에 탑재해 판매할 수 있는 SSD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 델의 자체 클라우드사업에 필요한 SSD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
이런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내면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서버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로드컴의 경우 주로 통신용 반도체를 공급하는데 최근 서버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도시바 지분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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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이 공급하는 기업용 서버 솔루션. |
실버레이크는 델을 인수한 뒤 대규모 추가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한다면 적극적으로 낸드플래시 생산투자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 등 글로벌 SSD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 서버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실버레이크는 델과 도시바의 시너지 창출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라며 “가장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 만큼 적극적으로 사업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버레이크가 반도체사업에 경험이 없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공격적인 생산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낮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있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외 투자자가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국내 반도체기업들에 부정적일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도시바의 사업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어 이전보다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