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세단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SUV 현지생산 비중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5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3월 미국에서 6만9265대를 팔아 지난해 3월보다 8% 줄었다. 쏘나타, 엑센트 등 세단차량 판매가 부진한 탓이 컸다. 3월 쏘나타와 엑센트 판매는 각각 47%, 4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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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특히 쏘나타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쏘나타는 전년보다 6.5% 줄어든 19만9408대였다. 쏘나타 미국판매는 미국 중형세단 수요감소와 함께 해마다 줄고 있다.
쏘나타의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현대차는 미국에서 재고와 인센티브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쏘나타를 포함해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싼타페 등 3종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한 쏘나타와 엘란트라는 각각 17만5천 대, 싼타페는 3만6천 대 수준이었다.
엘란트라는 지난해 미국에서 현지생산량을 크게 웃도는 24만 대 이상이 팔리면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쏘나타가 올해도 판매부진을 겪으면 현대차는 쏘나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인센티브를 늘릴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환율 영향, 인센티브 증가 등으로 지난해에도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17조3224억 원으로 전년보다 1.4% 늘었지만 순손실 4319억 원을 내며 전년 순손실 1629억 원에서 적자폭이 커졌다.
현대차는 6월 미국에서 부분변경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를 출시해 세단판매 방어에 나선다.
하지만 토요타가 올해 초 미국에서 중형세단 시장 1위인 캠리의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한 데다 혼다도 올해 안에 어코드의 연식변경모델을 출시하기로 하면서 중형세단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안전벨트 결함으로 쏘나타 약 97만8000대를 3월 리콜하기로 한 점도 쏘나타 뉴라이즈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쏘나타 부분변경모델을 투입하더라도 시장수요를 감안해 점차 쏘나타 생산을 줄이고 싼타페 생산을 늘리는 등 SUV의 현지생산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싼타페 현지생산량을 기존 3만6천 대에서 6만5천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3월 싼타페 미국판매는 지난해 3월보다 75% 늘어나는 등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싼타페를 연간 10만 대가량 위탁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기아차는 현지생산능력을 확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 현대차가 위탁생산 물량을 회수할 경우 SUV 생산비중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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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쏘나타 뉴 라이즈'. |
싼타페뿐만 아니라 투싼도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현대차가 투싼의 현지생산을 검토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에서 투싼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투싼 물량을 전년 4만 대에서 8만 대로 2배 두 배 늘렸고 올해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대차가 세단과 SUV의 현지생산 비중을 조절하는 동시에 새 공장을 건립해 SUV 현지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다.
현대차는 향후 5년 동안 미국에서 31억 달러를 미래차 연구개발, 신차종 생산설비 구축 등에 투자하기로 올해 초에 결정하면서 SUV, 제네시스 차량을 생산할 새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제2공장을 짓는 문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내공장 생산도 고려해야할 문제인 탓에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세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도 SUV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다. 올해 6월 소형SUV 출시를 앞두고 지난 1~2월 울산1공장에서 2200억 원을 들여 대규모 개선공사를 진행했고 1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다차종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