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과정에서도 KDB산업은행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 최종구, 산업은행과 관계 개선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종구 행장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관계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행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나란히 앉아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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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 |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자간담회는 그동안 줄곧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진행해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서로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생각한다”며 “최종구 행장의 이해도와 폭넓은 안목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지원하기로 한 2조9천억 원의 자금을 산업은행과 1대1 비율로 분담하기로 했다.
최 행장은 이 회장과 충분한 공감대를 통해 별다른 이견없이 자금지원 분담비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놓고 지원금분담, 출자전환 방식과 규모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충돌한 것과 사뭇 다르다.
최 행장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최대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누가 더 분담을 많이 하냐 적게 하냐 할 것 없이 공동으로 한 배를 탔다고 생각하고 논의했다”며 “많은 어려움에도 형님 역할을 한 산업은행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행장은 3월7일 수출입은행장에 오른 뒤 오랜 기간 기획재정부에 몸담았던 관료출신답게 곧바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을 잇따라 만나 수출입은행의 현안을 논의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옥석을 가려 조선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한 뒤 줄곧 정부의 지원방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 산업은행과 좋은 관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최 행장이 산업은행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앞으로 진행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황을 고려해 추가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대출형식으로 자금을 나눠서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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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
대우조선해양에 동일하게 1조4500억 원을 지원하지만 상황에 따라 지원시기나 규모를 결정하는 만큼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최 행장이 정부와 산업은행의 출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을 세워 둔 만큼 산업은행의 출자시기나 규모를 살펴가며 추가자금의 투입시기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새롭게 발생할 선수금환급보증(RG)도 불협화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수주활동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을 시중은행, 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20억 달러(약 2조2400억 원) 한도 안에서 선수금환급보증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지원순서 등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최 행장과 산업은행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이동걸 회장의 임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대표적인 국책은행으로 그동안 정권교체에 따라 수장이 빈번히 교체됐다.
2003년 노무현 정권, 2008년 이명박 정권, 2013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설 때 당시 산업은행 회장이던 정건용 회장, 김창록 회장, 강만수 회장 등은 모두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사의를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동걸 회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대표적 친박인사로 5월 대선에 따라 임기를 보장 받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수장이 바뀔 경우 산업은행의 정책적 변화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최 행장과 산업은행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