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 등을 감안해 올해 경제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거시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아 중국의 보복조치 추이를 면밀하게 주시해야 한다”며 “앞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4월에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발표할 때 중국의 무역제한조치의 영향을 파악해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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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거시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은행은 1월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잡았다.
이 총재는 “중국이 한국정부의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3월에 중국인 관광객이 20%가량 감소했다”며 “여행이나 숙박업 등 관광 관련 업종의 매출이 타격을 받고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의 급증세도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며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속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변동금리의 비중을 낮추는 등 가계부채 구조개선 노력, 그리고 취약가구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와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문제의 대응책으로는 고용과 소득증대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경기회복세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려서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 게 가장 바람직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부채의 절대 규모를 줄이는 것은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금리를 낮추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난 데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했다.
이 총재는 “당시 국내경기의 회복을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불가피했고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며 “다만 거시건전성 정책이 잘 짜여서 뒷받침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에 한국이 지정될 가능성은 낮지만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 입장을 귀담아들어 보니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특히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며 “미국 정부의 그런 입장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을 보더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며 "하지만 만에 하나 지정되면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고 미국과 협의를 통해 해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