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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왜 분리독립 몸살앓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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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 |
스코틀랜드에 이어 카탈루냐다.
카탈루냐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카탈루냐주 주도인 바르셀로나에서 11일 카탈루냐주의 색깔인 노란색과 빨란색 옷을 입은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독립을 외쳤다.
축구팀 바르셀로나FC의 사비 에르난데스와 헤라르드 피케 등 스타 축구선수들이 시위에 참여해 힘을 실었다.
이날은 카탈루냐가 1714년 스페인에 항복하고 스페인 지배 아래 들어간 날이다. 카탈루냐는 2012년부터 3년째 독립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올해는 카탈루냐 병합 300주년을 맞아 시위대의 독립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카탈루냐주 의회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가 열리는 다음 날인 19일 분리독립 주민투표 시행법을 통과시키기로 결의했다. 카탈루냐주는 지난해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올해 11월14일 치르겠다고 공언했으나 스페인정부는 이를 불법이라며 허가하지 않고 있다.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이 법이 통과되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민투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주가 법률을 제정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투표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마스 주지사는 “스코틀랜드는 되는데 왜 카탈루냐는 안 되냐”며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투표에 대한 카탈루냐 주민의 요구를 언제까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탈루냐 주민 80%는 분리독립 투표에 찬성하고 있다. 올해 여론조사에서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비율은 46%로 반대 42%보다 많았다.
◆ 카탈루냐, 주민투표로 분리독립 결정할까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스페인 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카탈루냐 인구는 750만 명으로 스페인 전체 인구의 16%이며 1인당 GDP는 2만6666유로로 스페인 전체 1인당 GDP 2만2279유로보다 많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코틀랜드 없는 영국은 여전히 영국이지만 카탈루냐 없는 스페인은 전혀 다른 나라”라며 카탈루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탈루냐는 1979년 자치정부와 의회를 설립하며 유럽 내에서 사실상 가장 큰 자치권을 누려왔다.
그러나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은 스페인과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며 이전부터 꾸준히 독립을 요구했다. 카탈루냐는 관광업과 상공업의 발달로 스페인경제를 지탱하면서 그만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데 불만이 많았다.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스페인 경제위기 이후다.
카탈루냐 경제가 스페인 다른 지역을 지원하다가 정작 카탈루냐마저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카탈루냐는 중앙정부에 재정독립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면서 카탈루냐 내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 강행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와 이후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스코틀랜드가 독립하지 못한다고 해도 스코틀랜드 자치의회의 독립적 권한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영국정부가 스코틀랜드 달래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카탈루냐 역시 스페인과 EU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독립을 주장하기 어렵다. 다만 분리독립 투표에서 찬성표를 많이 얻으면 민족주의 세력을 불리고 자치권을 강화하는 명분을 획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코틀랜드가 공식적으로 분리독립을 천명하고 나선만큼 카탈루냐는 스코틀랜드의 이후 움직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카탈루냐가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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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왜 분리독립 몸살앓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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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각) 바르셀로나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
◆ 부유한 지역이 분리독립 원해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 이외에도 유럽내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지역은 많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역간 경제격차가 분리독립 움직임을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분리독립 추진 지역이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 쏟는 관심은 영국인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카탈루냐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티롤, 프랑스의 브르타뉴와 코르시카, 독일 바이에른 등이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현장참관단을 보낸다. 그만큼 분리독립 움직임에 관심을 쏟는 지역이 많다는 방증이다.
벨기에의 플랑드르도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지역이다. 벨기에 북부의 플랑드르는 벨기에 남부 왈롱지방이 프랑스어를 쓰는 것과 달리 네덜란드어를 사용한다. 경제적으로도 플랑드르는 왈롱보다 우위에 있어 분리요구가 심화되고 있다.
플랑드르 지방의 커트 리옹 스테노커젤 시장은 스코틀랜드 주민투표를 두고 “스코틀랜드가 전후반 대부분 밀리다가 경기시간 85분에 이르렀지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주변 베네토주 역시 독립을 주장하며 베네토 공화국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정당인 베네치아 독립당은 올초 인터넷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의 89%가 독립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베네치아는 중앙정부에 연간 200억 유로(약 30조 원)의 세금을 내고 있다. 베네치아 독립당은 “이 많은 돈을 부패한 중앙정부와 낭비벽이 심한 남부지방을 위해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이 실제로 분리독립을 쟁취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외교정치적 이유 때문에 독립국가의 지위인정은 쉽지 않다. 당장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해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회원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리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스코틀랜드도 독립할 경우 EU에 재가입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것을 우려하는 EU가 이를 승인할지 미지수다.
분리독립 움직임은 유럽을 넘어선다. 캐나다의 퀘벡, 일본의 오키나와 등 전 세계에 분리주의 지역은 많이 있다.
심지어 미국의 텍사스도 연방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텍사스는 전통적으로 극우세력의 중심지로 연방에 반대하는 정서가 강하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2009년 텍사스 분리독립 방안을 언급한 적도 있다.
다니엘 밀러 텍사스 내셔널리스트운동 회장은 최근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스코틀랜드가 텍사스의 독립을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