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총수일가가 법정에서 경영비리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측은 경영비리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 등은 신 총 괄회장이 모든 결정을 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내연녀 서미경씨 역시 신 총괄회장이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롯데그룹 총수일가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이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이사장, 신 총괄회장의 내연녀 서미경씨 등 기소된 총수일가 5명이 모두 재판에 참석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측은 정책지원본부에 “잘 검토해보라”는 차원의 말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신 총괄회장이 전 생애를 통해 일군 롯데그룹에 피해를 줄 뜻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영화관 매점 운영권이나 보수지급, 보유주식 매각 등 구체적 업무는 정책지원본부가 했다”며 “신 총괄회장이 구체적 내용에 관여하지 않았고 정책본부에 잘 검토해서 시행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구체적인 것까지 관여하는 건 그룹 경영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의 변호인은 “자식된 도리로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법정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신 총괄회장이 영화관 매점 운영권 등과 관련해 서미경씨 측은 수도권, 신영자 이사장 측은 지방으로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변호인은 “공소사실에는 신 회장이 적극 지지하고 따랐다고 돼 있지만 아무 한 일이 없어 납득하기 어렵다”며 “신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매점 운영권과 관련해 상의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신 회장 측은 총수 일가에 500억 원대 ‘공짜급여’를 줬다는 혐의도 부인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비롯해 가족들의 급여를 직접 결정했다”며 “채정병(전 롯데카드 대표)씨가 가족들 급여안을 만들어오면 신 총괄회장이 각각 옆에 지급할 금액을 손수 펜으로 수정해줬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롯데그룹이 피에스넷을 인수한 건 실제로 인터넷은행 사업 자체를 추진하려 한 것”이라며 부실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471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반박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도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 전반에 관여한 만큼 보수지급은 적법하다”며 공짜급여 혐의 등을 부인했다.

신 전 부회장의 변호인은 “공소제기 배경이나 수사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어떤 형태로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분쟁 때문에 (검찰이) 양비론에 빠져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 전 부회장에게 경영문제를 문제삼는 게 아닌지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미경씨 측도 “영화관 매점 임대문제에 관여한 어떤 불법적인 수익을 달라고 한 게 전혀 아니다”라며 “배임의 고의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영자 이사장 측도 “영화관 매점문제는 시작부터 종료 때까지 신 총괄회장의 의사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의 혐의 인정 여부를 확인한 재판부는 사건을 공소사실별로 분리해 심리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우선 신 회장의 롯데피에스넷 관련 배임 혐의를 심리하기로 하고 27일 장영환 전 피에스넷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공짜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 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혐의를 받는다.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 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동빈 회장은 총수일가에 508억 원의 공짜급여를 주도록 하고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롯데피에스넷 인수와 운영 과정에서 회사에 471억 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391억 원의 공짜급여를 받아간 혐의를, 신 이사장과 서씨 등은 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