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부 매각이 장기화할 경우 메모리업황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10여 곳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일본정부가 기술유출을 우려해 개입할 움직임도 보이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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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호조로 수혜를 입으며 느긋할 수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대내외적으로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음이 다급할 수도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일본 내 메모리 기술유출 우려로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도시바 메모리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일본정부 개입에 따른 매각 장기화로 도시바의 3D낸드 투자는 지연될 것이고 이에 낸드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자회사가 대규모 손실을 내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반도체사업 지분의 절반 이상을 팔기로 하고 29일 예비입찰을 마감한다. 지분을 최대 100%까지 매각할 경우 예상 매각가는 26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업계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데 10여 곳이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정재계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매각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예비입찰 마감을 열흘도 채 남겨두지 않은 지금까지도 매각전 양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니혼게자이신문은 17일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도시바메모리 지분 34%를 인수하기 위해 정부 주도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등과 협의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3D낸드 기술력이 가장 앞서고 있다.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장치인 SSD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가격의 상승세가 계속되면 가장 크게 수혜를 볼 수 있고 도시바 매각이 장기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느긋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다급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에서 후발주자로 특히 3D낸드에서 시장점유율과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낸드플래시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도시바에 3조 원을 물어줘야 했다.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는 데 특허와 원천기술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도시바가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하면 인수비용이 20조 원을 훌쩍 넘어 SK하이닉스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경우 재무적투자자(FI)와 힘을 합쳐 인수부담을 낮추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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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에 협조하는 대가로 사면, 면세점 사업선정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
만약 일본이 정부차원에서 도시바 메모리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데 나서고 주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지분(최소 34% 이상)을 확보하려 할 경우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인수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특히 인수전에서 중국 후보군의 참여가 일부 제한된 점도 SK하이닉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최종 조건이 나오지 않은 점이다. 애초 도시바는 반도체사업부 19.9% 지분을 매각한다고 했다가 재무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하자 경영권까지 추가해 지분 절반 이상도 내놓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여기에 매각대상 지분이 100%에 이를 경우와 일본정부 개입에 따른 매각시나리오 변경까지 나오면서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게 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을 앞두고 오너 리스크도 변수로 등장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앞두고 18일 최태원 회장을 전격 소환해 장시간에 걸쳐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최 회장의 신병처리와 기소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 인수전을 앞두고 오너의 결단이 중요한데 최 회장이 또 다시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도시바 인수에 나서는 데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