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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위한 삼성 일감몰아주기, 경영권 승계 모델 효력 다했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7-03-16 10: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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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배경에는 일감몰아주기가 자리잡고 있다. 다른 대기업도 삼성그룹의 일감몰아주기를 경영승계의 교과서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이 부회장의 구속은 이런 대기업에게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들어 일감몰아주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엄격한 법집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용 위한 삼성 일감몰아주기, 경영권 승계 모델 효력 다했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총수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12% 이상일 때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되는 사유였던 효율성·긴급성·보안성 등의 이유도 더욱 엄밀하게 따져 허용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이 지분 17.23%를 보유하는 등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삼성물산은 2015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23.11%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요건을 충족한다.

공정위가 삼성물산에 제재의 칼을 뽑아들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등 특검의 수사까지 받았다. 이때문에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규제 필요성이 있다면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 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일감몰아주기 및 회사 기회유용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단연 일감몰아주기 혜택을 많이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이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불린 돈은 7조3489억 원으로 2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4조952억 원을 크게 앞선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삼성물산 지분이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48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이는 현재 삼성물산 지분 16.4%로 바뀌어 있다. 4조 원 가까운 차익을 누린 셈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손에 넣은 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건물 관리와 단체급식 등에서 매출을 올리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삼성에버랜드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5년 동안 평균 43%의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했고 그 사이 매출은 5배, 영업이익은 7배 늘어났다.

삼성에버랜드는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이 45.75%이었다. 하지만 2014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건물관리사업을 세콤에 매각하고 급식사업을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로 분사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25.08%까지 낮췄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인수한 점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데 도움이 됐다.

이 부회장은 이런 덕분에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이 30%가 넘는 계열사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총수일가에게 부과되는 증여세 과세를 피할 수 있었다.

2014년 삼성SDI가 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을 흡수합병 한 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 2015년 9월, 문제의 삼성물산 합병으로 현재 삼성물산이 됐다.

합병 삼성물산의 총수일가 지분은 30.54%로 일감몰아주기 기준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규제 회피를 위해 이 부회장 등이 일부 지분을 처분해 지분을 30% 아래로 맞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격이었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지분을 처분해 스스로 지배력을 낮추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2016년 2월 삼성SDS 지분 일부를 매도한 자금 가운데 일부인 2천억 원을 투입해 삼성물산 지분 0.68%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재용 위한 삼성 일감몰아주기, 경영권 승계 모델 효력 다했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SDS는 이 부회장이 지분 2.05%를 처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잔여 지분이 9.20%로 비교적 많다. 이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SDS는 총수 일가 지분 17.01%로 일감몰아주기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85.72%로 삼성그룹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높다. 삼성SDS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63.11%에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1년은 73.76%, 2012년은 77.73%를 기록했고 2013년 82.73%로 80%를 넘어선 뒤에도 2014년 83.22%로 증가했다.

삼성SDS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4년 삼성SNS와 합병했다. 삼성SNS는 이 부회장이 지분 45.69%를 보유하고 있고 2012년 내부거래 비중 55.62%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으나 삼성SDS와 합병을 통해 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SNS의 전신인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15억 원어치를 산 뒤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삼성SNS 최대주주에 올랐다. 삼성SNS는 이듬해인 1997년 처음으로 1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는데 92%가 삼성전자와 내부거래였다.

1998년에는 내부거래 비중 94%로 더 높아졌다. 이 덕분에 이 부회장이 15억 원을 들여 확보한 삼성SNS 지분가치는 2011년 말 997억 원까지 급증했다.

정치권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요건을 총수 일가 지분 10%인 회사까지 강화하자는 강경한 주장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삼성SDS 역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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