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 이란에서 신규수주를 회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란을 둘러싸고 있는 대외적인 환경이 불확실해 신규수주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이 그동안 이란에서 신규수주를 확대하는데 걸림돌로 꼽혔던 금융조달 문제를 해결하면서 부진했던 해외수주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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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대림산업은 12일 이란 발주처로부터 각각 3억8천억 원, 2조2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플랜트 건설공사의 계약을 따냈다. 대형건설사들이 이란에서 수주 낭보를 전한 것은 지난해 초에 이란의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형건설사들이 그동안 이란 발주처가 요구해왔던 금융조달 문제를 해결하는데 속도를 내면서 수주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지난해 1월에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된 뒤 5년 넘게 투자를 하지 못했던 학교와 병원, 도로, 댐, 철도 등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랜 기간 경제제재 조치를 받은 탓에 재정난을 겪은 이란은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알아서 마련해 오라는 ‘금융조달’까지 요구했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그동안 설계와 구매, 시공의 EPC를 총괄하는데 주력했을뿐 금융조달 업무에 직접 나선 경험이 없어 건설자금을 마련하는데 애를 먹었다.
반면 중국과 일본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이란에서 수 건의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대형건설사들이 이란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을 중심으로 금융조달 방안을 마련하는데 온 힘을 쏟았는데 최근 그 결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프로젝트 주간사를 맡아 현대건설과 함께 수주한 3조8천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 확장공사의 경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전체 건설대금의 85%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일단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로부터 빌린 금액을 발주처에 준 뒤 향후 이자를 붙여 돌려받기로 합의하면서 발주처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림산업도 최근 금융조달 방안을 완벽하게 결정하지는 못했으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와 물밑 접촉을 하며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형건설사의 이란 진출에 힘을 실으면서 앞으로 이란이 대형건설사에게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 대림산업은 박티아리 수력발전소 프로젝트(19억 달러)와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53억 달러)의 수주를 놓고 발주처와 협상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발주처와 이미 지난해 해당 프로젝트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금융조달 문제의 해결로 본계약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도 이란 최대 규모의 투자회사인 오미드가 설립한 고하르에너지와 5억 달러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지난해 말에 체결했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불확실한 만큼 신규수주 확대를 유심히 살펴봐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에 이란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점을 명분으로 삼아 개인과 단체 25곳의 경제거래를 금지하는 대이란제재 방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도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기업들이 수주한 모든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진행했던 사업들의 공사대금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