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을 대거 물갈이했다.
임 회장은 권세창 사장과 우종수 사장을 공동대표로 체제를 바꿔 관리와 신약개발을 이원화해 실적개선의 시동을 걸었다.
|
|
|
▲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왼쪽),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
임성기 회장이 10일 한미약품 경영진 인사에서 이관순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우종수 사장과 권세창 사장 공동대표체제로 바꾼 것은 관리와 신약개발로 역할을 분담해 경영을 좀더 전문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 출신인 이관순 전 사장이 그동안 신약개발에서 많은 성과를 냈으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는 등 관리에는 한계를 보인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권세창 사장은 뛰어난 신약개발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 사장은 이 사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2012년부터 한미약품 신약개발연구센터 소장으로 근무해온 연구개발 전문가다. 권 사장은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와 동대학원 석사, 서울대대학원 동물자원과학 박사 과정을 밟고 1996년에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권 사장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품)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술인 바이오베터 '랩스커버리 기술'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권 사장은 13년 동안 이 기술에 매달려 지난해 사노피와 5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이끌어냈다.
한미약품은 현재 랩스커버리에 기반한 계약의 진행이 상당히 더디다. 사노피와 맺은 계약은 일부 축소됐고 얀센에 기술수출된 과제 지속형 비만·당뇨신약은 임상이 잠정적으로 멈춰있다.
임 회장은 공동대표체제의 도입으로 이런 과제의 해결을 우종수 사장에게 맡긴 것으로 보인다.
랩스커버리에 기반한 과제의 진행이 더딘 것은 생산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생산 본부장을 맡아온 우 사장에게 한미약품의 생산능력을 입증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고 할 수 있다.
우 사장은 신제품개발 본부장도 맡았는데 신제품을 발굴하는 안목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외국 제약사가 요청하기 전에 먼저 성공가능성이 높은 품목들을 개발해 그들이 스스로 찾아오게끔 만드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우 사장은 복합신약과 개량신약 부문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그는 영남대 약대를 나와 1990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제제연구실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우 사장은 제제연구실에서 이관순 사장과 함께 2009년 한국 개량신약 1호인 '아모잘탄'을 연구개발한 성과도 냈다.
|
|
|
▲ 이관순 한미약품 상임고문. |
이번에 상근고문으로 물러나는 이관순 사장은 신약개발에는 성과를 냈지만 경영관리에서는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사장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폐암 표적치료제 ‘올리타정’의 기술수출계약이 해지되는 과정에서 곤혹을 치렀다.
한미약품은 늑장공시 의혹에 휘말렸고 결국 김재식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미약품 신약개발본부장을 맡았던 손지웅 전 부사장도 함께 퇴사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대표이사 교체를 문책성 인사로 해석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신약개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를 전진배치했다”며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빠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