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니어스랩과 해치텍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면서 각각 상장을 주관한 삼성증권과 DB증권이 환매청구 부담을 안게 됐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부여한 환매청구권이 상장 직후 주가 부진에 따라 실제 주식 매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 ▲ 최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니어스랩과 해치텍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면서 상장 주관사의 환매청구권 부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증권과 DB증권 본사 모습. <연합뉴스> |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상장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비행드론업체 니어스랩과 25일 상장한 반도체센서 집적회로(IC)설계업체 해치텍은 각각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니어스랩 주가는 10.62% 오른 3만2300원, 해치텍은 0.65% 오른 1만4020원에 장을 마쳤지만 여전히 공모가와 비교해 각각 21.60%, 39.04% 낮다. 니어스랩 공모가는 4만1200원, 해치텍 공모가는 2만3000원이다.
주가가 상장 직후부터 공모가를 크게 밑돌면서 일반청약자가 환매청구권을 행사할 유인도 커지고 있다.
환매청구권은 일반청약자가 상장 뒤 일정 기간 안에 배정받은 공모주를 주관 증권사에 되팔 수 있도록 한 투자자 보호 장치다.
권리행사가격은 원칙적으로 공모가격의 90% 이상이지만 환매청구권 행사일 직전 거래일의 주가지수가 상장일 직전 거래일보다 10%를 초과해 하락하면 지수 변동률을 반영해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라 성장성과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상장하는 ‘사업모델 특례기업’이나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한 ‘이익미실현기업’ 등 일부 기업공개 때 일반청약자 보호를 위해 환매청구권이 의무적으로 부여된다.
이익미실현기업은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시가총액·매출·성장성 등 다른 조건을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이용해 상장한 기업을 말한다.
니어스랩과 해치텍은 규정상 환매청구권 의무 부여 대상이 아니었지만 삼성증권과 DB증권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니어스랩과 해치텍 일반청약자에게 각각 3개월, 6개월 동안 환매청구권을 부여했다.
| ▲ 니어스랩의 대드론 하드킬 설루션 제품사진. 발사부터 요격까지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해 공중 위협을 물리적으로 격추한다. <니어스랩 홈페이지 갈무리> |
기본 권리행사가격은 각각 공모가의 90%인 3만7080원, 2만700원이다.
실제 환매청구가 이어지면 삼성증권과 DB증권은 일반청약자에게 배정됐던 주식을 직접 사들여야 한다.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이 모두 기본 권리행사가격으로 환매청구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삼성증권의 니어스랩 주식 최대 매입 규모는 약 84억3570만 원, DB증권의 해치텍 주식 최대 매입 규모는 51억7500만 원에 이른다.
다만 이는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전체가 환매청구된다는 가정에 따른 최대치다. 투자자가 상장 뒤 주식을 이미 매도했거나 환매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실제 매입 규모는 줄어든다.
주관사가 환매청구에 따라 주식을 사들인 뒤에도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 보유주식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일반투자자의 환매청구권 행사로 실제 증권사가 평가 손실을 인식한 사례도 다수 있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더블유씨피 상장을 이끈 KB증권이 대표적이다.
| ▲ 해치텍의 초저전력 홀 스위치 제품사진. <해치텍 홈페이지 갈무리> |
더블유씨피는 2022년 9월30일 이익미실현기업 요건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공모가는 6만 원이었지만 환매청구권 행사기간인 3개월 동안 주가는 공모가를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이에 주관사인 KB증권은 일반청약자의 환매청구권 행사에 따라 더블유씨피 주식 57만2538주, 약 309억 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KB증권은 앞서 2021년 9월 200억 원을 투자해 더블유씨피 주식 25만5394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환매청구 이후 KB증권의 더블유씨피 보유주식은 82만7977주까지 늘었다. 이후 더블유씨피 주가가 3만 원대로 하락하면서 KB증권은 2022년 말 기준 약 194억 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KB증권은 더블유씨피 주식을 사들여 이익을 봤다.
더블유씨피 주가는 2023년 들어 2차전지주 강세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고 KB증권은 같은 해 6월 보유하고 있던 더블유씨피 주식 82만7977주를 전량 매각해 약 6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