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9월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금융 본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전략과 사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 |
△예탁금·여신 확대에 이익 급증, 자기자본 4조 원 넘어
한국증권금융은 2026년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수익 3조6040억 원, 영업이익 5019억 원, 반기순이익 3864억 원을 거뒀다. 반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2368억 원보다 63.2% 늘었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가 맡긴 투자자예탁금과 예수금을 재원으로 증권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그 금리 차이로 수익을 낸다. 조달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2026년 6월 말 예탁금신탁 수탁고는 116조8910억 원으로 2025년 말 72조1751억 원보다 61.9% 증가했다.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법에 따라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야 하는 투자자예탁금이 늘어난 결과다. 상반기 신탁보수수수료도 19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증권사 등에 공급하는 자금도 확대됐다. 연결기준 대출채권은 2025년 말 54조1704억 원에서 2026년 6월 말 64조6481억 원으로 19.3% 늘었다. 담보금융지원대출이 15조6908억 원으로 가장 크고 증권유통금융융자대출과 일반담보대출이 뒤를 이었다.
2025년에는 연결기준 영업수익 4조1382억 원, 영업이익 5936억 원, 당기순이익 459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수익은 전년 5조1857억 원보다 20.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932억 원에서 20.4%, 순이익은 3778억 원에서 21.6% 늘었다.
제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이 줄었는데도 이익은 늘어난 셈이다. 영업수익의 상당 부분이 이자수익이고 영업비용의 상당 부분이 이자비용이라,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양쪽이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2025년 영업비용은 3조5447억 원으로 전년 4조6925억 원보다 24.5% 감소해 수익 감소폭보다 컸다.
이익이 쌓이면서 자본여력도 확대됐다.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2025년 말 처음 4조 원을 넘어섰다.
건전성도 유지됐다. 2026년 6월 말 잠정 BIS 자기자본비율은 23.96%로 2025년 말 22.91%보다 높아졌다. 경영지도비율 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01%를 유지했다.
△K-Growth 펀드 조성, 첨단산업 모험자본 공급 확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2026년 5월29일 ‘증권금융 K-Growth 펀드’의 위탁운용사 9곳을 선정했다.
한국증권금융이 출자한 자금을 바탕으로 AI·바이오헬스·에너지 등 첨단산업의 중소·중견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한 펀드가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한국증권금융은 앞서 2026년 2월 한국성장금융과 업무협약을 맺고 62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를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끌어들여 3100억 원 이상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하는 구조다. 같은 해 3월30일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낸 뒤 심사를 거쳐 5월 중대형·소형·루키 부문에서 각각 3곳씩 모두 9곳을 선정했다.
정부가 금융권 자금을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돌리는 가운데 나온 행보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주요 과제로 내걸고 금융투자업계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추진했다. 한국증권금융도 관련 협의체에 참여해 증권업권의 성장자금 공급 확대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출자 방식은 기존 프로젝트펀드와 차이가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2025년 IMS모빌리티 투자 논란이 불거진 뒤 프로젝트펀드 출자는 이어가되 펀드 결성을 주도하는 앵커 출자자(LP) 역할은 맡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K-Growth 펀드는 한국성장금융이 공개 절차를 거쳐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선정된 전문 운용사가 자펀드를 결성해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한국증권금융이 개별 프로젝트펀드의 앵커 LP로 직접 나서는 것과 달리 전문 운용기관을 거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구조다.
김정각이 2024년 취임 당시 강조한 시장 안전판 역할이 증권업권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무게를 뒀다면, K-Growth 펀드는 자금 지원 범위를 첨단산업 기업의 성장자금으로 넓히려는 행보로 여겨진다.
△주당 배당금 1150원으로 높여
한국증권금융은 실적 증가에 맞춰 배당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2026년 3월30일 제7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2025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15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년 950원보다 200원 늘었다.
전체 현금배당 규모는 1564억 원으로 전년 1292억 원보다 21.1% 증가했다. 2025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4567억 원을 기준으로 한 배당성향은 34.2%다.
같은 주주총회에서는 중간배당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관도 변경했다.
김정각이 2025년 창립 70주년을 맞아 제시했던 주주환원 확대 방침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비상장회사인 한국증권금융은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증권사와 은행, 증권유관기관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2026년 6월 말 기준 증권사 등으로 구성된 증권단의 지분율이 38.7%로 가장 높고 은행단이 29.4%,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유관기관이 13.7%, 보험단이 1.3%를 보유하고 있다.
개별 주주 가운데는 한국거래소가 11.13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우리은행이 7.688%, 하나은행이 6.804%, NH투자증권이 6.406%를 들고 있다. 최대 주주조차 지분율이 10%를 조금 넘는 분산된 소유구조다.
한국증권금융의 주요 주주 가운데 상당수는 회사의 고객 또는 거래 상대방이기도 하다. 증권사들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고 투자자예탁금을 맡기는 동시에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유관기관도 자금 조달과 시장 인프라 업무에서 한국증권금융과 연결돼 있다.
이는 1955년 28개 증권사가 공동 출자해 회사를 설립한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증권업계가 공동으로 세운 금융 인프라가 이후 은행과 유관기관까지 주주로 받아들이며 현재의 분산된 지배구조로 이어졌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유동성 공급이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법적으로는 주식회사다. 시장 인프라 기관의 성격과 주주에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 민간회사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다.
△외화금융 영역 넓혀, 해외주식 담보·FX스왑까지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투자 확대에 대응해 외화 조달·운용과 해외 영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2025년 11월26일 외국환중개시장에서 외국환은행 및 증권사와 2천만 달러 규모의 첫 외환(FX)스왑 거래를 체결했다. FX스왑 시장 진입을 통해 외화를 직접 조달·운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증권사의 외화 유동성 수요에 대응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장 진입에는 2년여가 걸렸다. 2023년 7월 외국환거래규정 개정 이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업무 인가와 등록, 주요 거래상대방과의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 계약 및 신용보강약정(CSA) 체결 등을 거쳤다.
김정각은 취임 초기부터 글로벌화를 주요 경영 방향으로 제시해 왔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가 늘면서 한국증권금융의 외화 관련 업무도 함께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12월 달러화 투자자예탁금의 한국증권금융 별도예치 비율을 기존 70%에서 80%로 높이고 엔화에는 50% 비율을 새로 적용했다. 한국증권금융이 원화뿐 아니라 외화 투자자예탁금까지 관리하는 만큼 해외투자 확대와 함께 외화자금 관리 역할도 확대됐다.
한국증권금융은 2025년 8월부터 일부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해외주식을 담보로 한 유동성 공급을 시작했다. 해외주식은 국내주식보다 변동성이 큰 만큼 담보 적격 기준은 보수적으로 운용했다.
해외 거점도 확대했다. 2024년 홍콩사무소를 연 뒤 2026년 2월 첫 해외법인인 홍콩법인으로 전환했다. 출범식에는 홍콩거래소와 현지 금융회사 등 약 30개 기관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다음 단계는 장기 외화 조달이다. 한국증권금융은 2026년 7월 HSBC와 JP모건, 크레디아그리콜을 주관사로 선정해 창립 이후 첫 달러화 외화채 발행 절차에 착수했다. 예상 발행 규모는 3억~5억 달러다.
| ▲ 김정각 한국증권금용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2026년 2월12일 한국성장금융과 생산적 금융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증권금융 K-Growth 펀드 조성업무협약을 맺고 허성무 한국성장금융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창립 70주년 맞아 중장기 경영방향 제시, 글로벌·디지털 전환에 방점
김정각은 한국증권금융 창립 70주년을 맞아 시장 안정과 글로벌화, 디지털 전환, 영업망 확대를 아우르는 중장기 경영 방향을 내놨다.
2025년 9월16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금융 본사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정각은 기존 자본시장 ‘안전판’ 역할에 더해 시장 발전을 지원하는 ‘성장판’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증권금융이 2025년 상반기 금융투자업계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는 31조7천억 원이다. 위기 발생 시 자체 재원을 활용해 3조 원 이상을 즉시 공급할 수 있는 대응체계도 마련했다.
김정각은 커진 자본여력을 역할 확대의 기반으로 삼았다. 한국증권금융은 2025년 자기자본이 처음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고, 자본건전성 개선을 바탕으로 시장 유동성 공급 여력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영업망도 넓혔다. 한국증권금융은 2025년 8월27일 경기 수원 광교에 중부센터를 열고 경기남부 반도체·AI 기업과 상장사, 기업공개(IPO) 추진기업 등을 대상으로 증권담보대출과 우리사주 관련 금융서비스를 강화했다.
글로벌 사업과 외화금융 확대도 추진했다. 해외주식 담보 활용과 외화 유동성 공급, 홍콩 거점 확대, 첫 달러화 외화채 발행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홍콩법인 출범과 FX스왑 시장 진입 등 일부 계획은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냈다. 한국증권금융은 2025년 IT 예산을 530억 원으로 늘리고 비대면·모바일 전용상품과 우리사주 시장매입지원시스템을 도입했다. 인공지능(AI) 활용과 가상자산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다.
주주환원 강화 방침도 내놨다. 2026년부터 중간배당을 도입하기 위해 관련 규정과 절차를 정비하기로 했다.
2025년 9월30일 창립 70주년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중국·일본·태국·인도네시아 증권금융기관과 다자간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증권사 유동성 공급 33조 원까지 확대
김정각은 취임 뒤 한국증권금융의 본업인 증권사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데 힘을 실었다.
한국증권금융은 2024년 9월 김정각 취임 100일을 맞아 증권사 대상 평시 유동성 공급 규모를 30조7천억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년 목표 26조5천억 원보다 4조2천억 원 늘어난 수준이었다.
김정각은 당시 증권사 대형화와 투자은행(IB), 해외투자 확대 등에 따라 자금 수요가 커진 점을 공급 확대 배경으로 들었다. 공급 규모뿐 아니라 만기와 금리를 다양화하고 담보가 부족한 경우 해외증권까지 담보 범위를 넓혀 증권사별 자금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증권사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단기 자금조달 여건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 등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해 개별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후 공급 규모는 더 늘었다.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공급 연평잔은 2023년 29조8천억 원에서 2024년 30조7천억 원, 2025년 33조 원으로 증가했다.
평시 공급 확대와 별도로 위기 대응 장치도 정비했다. 증권사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자체 재원으로 3조 원 이상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단기자금 경색에 대응하기 위한 PF-ABCP 매입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한국증권금융은 1조8천억 원 규모의 PF-ABCP 매입기구에 최대 4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증권사 대형화와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업계의 자금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증권금융의 유동성 공급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포스증권, 우리금융에 넘겨 자회사 정리
한국증권금융은 2024년 유일한 증권 자회사였던 한국포스증권과의 지분관계를 모두 정리했다.
한국포스증권은 2024년 8월1일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으로 출범했다. 합병 과정에서 한국증권금융의 지분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종속회사에서 제외됐다.
한국포스증권의 전신은 2013년 설립된 펀드온라인코리아다.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참여해 판매회사 영향에서 벗어난 온라인 펀드 판매채널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2014년 ‘펀드슈퍼마켓’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한국증권금융은 2018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고 2019년 회사명을 한국포스증권으로 바꿨다. 이후 개인형퇴직연금(IRP)과 로보어드바이저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으며 합병 직전까지 지분 51.68%를 보유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업 재진출을 위해 한국포스증권을 합병 대상으로 택했다. 한국포스증권이 집합투자증권 투자매매·중개업과 신탁업 등의 인가를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잠재 부실자산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
합병 뒤 한국증권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의 소수 주주로 남은 상태에서 같은해 12월27일 보유 지분을 우리금융지주에 전량 매각했다. 처분금액은 238억 원 규모였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이어진 증권 자회사와의 지분관계도 6년 만에 끝났다.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은 김정각이 2024년 6월 한국증권금융 사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추진됐다. 김정각 취임 직후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증권 자회사가 없는 구조가 됐다.
| ▲ 김정각 한국증권금용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2024년 9월27일 한국증권금융의 홍콩 진출을 위한 금융기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한국증권금융> |
△자본시장 정책·감독 거친 금융관료, 한국증권금융 사장에 올라
김정각은 2024년 6월 한국증권금융 제30대 사장으로 선임됐다.
한국증권금융은 2024년 6월1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김정각을 상임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를 통해 사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3년으로 2027년 6월까지다.
같은 주주총회에서 김윤일 전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이 상임이사로 함께 선임됐다.
김정각은 32년을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서 보낸 금융관료 출신이다.
특히 자본시장정책관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치며 쌓은 정책·감독 경험은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투자자예탁금을 관리하는 한국증권금융의 업무와 맞닿아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금융위원회의 인가와 감독을 받는다. 자본시장의 제도와 규제를 다뤄온 관료가 그 제도 위에 선 기관의 경영자로 자리를 옮긴 셈이 됐다.
김정각은 취임 뒤 기존 자본시장 안전판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외화금융과 성장금융으로 한국증권금융의 역할을 넓히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증권사에 자금 공급, 자본시장 뒤편의 금융 인프라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회사로 투자자예탁금을 관리하고 증권사에 자금과 증권을 공급하는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이나 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증권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주요 거래 상대방도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증권금융업을 수행하며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금융위원회는 신규업무 승인과 업무·재산 검사, 경영건전성 감독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업무는 투자자예탁금 관리다.
투자자가 주식이나 채권 등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긴 돈은 증권사의 고유재산과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은 투자매매·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예탁금을 증권금융회사에 별도예치하거나 신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신평은 이 업무를 한국증권금융이 가진 독점적 영업기반으로 평가한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렇게 맡은 자금을 예치금과 머니마켓펀드(MMF), 국공채, 금융채 등 환금성이 높은 저위험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한다. 투자자 돈을 증권사 자체 재산과 분리해 보호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증권사에 필요한 자금과 증권을 공급하는 것도 핵심 업무다.
증권사가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 증권 등을 담보로 대출하고, 증권 매매·발행·인수 등에 필요한 자금이나 증권도 공급한다. 시장에 자금경색이 발생하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충격이 증권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 밖에 증권대차, 우리사주 관리, 집합투자재산 보관·관리, 신탁, 사채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투자자에게 직접 금융상품을 판매하기보다 증권시장 뒤편에서 자금과 증권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회사에 가깝다.
수익구조도 일반 금융회사와 차이가 있다. 거액의 예수금을 조달 기반으로 삼아 저위험 자산과 담보대출 등에 운용하고, 조달금리에 일정 수준의 마진을 더해 수익을 낸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특성상 수익성 자체는 높지 않지만 한신평은 자산평잔 대비 연간 0.3~0.4% 수준의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구조로 평가한다.
한국증권금융은 흔히 ‘증권사의 은행’으로 불린다. 다만 광범위한 개인·기업 금융을 하는 은행과 달리 투자자 재산 보호와 증권업권의 자금·증권 공급에 특화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증권사 28곳 공동 출자로 출발, 자본시장 안전판으로 성장
한국증권금융은 1955년 10월 28개 증권회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한국연합증권금융주식회사’에서 출발했다.
대한증권거래소가 문을 연 것이 1956년 2월로 거래소보다 넉 달 앞섰다. 증권시장이 자리 잡기도 전에 증권업계에 자금과 증권을 공급할 기관이 먼저 세워진 것이었다.
법적 지위가 달라진 것은 1962년이다. 제정 증권거래법에 따라 증권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같은 해 7월 현재의 한국증권금융으로 이름을 바꿨다. 업계가 모여 만든 회사에서 법이 지정한 기관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1970년대 들어 증권유통금융과 증권인수자금 대출, 예탁자금 관리 등으로 업무를 넓혔다. 증권업계 자금 공급과 투자자예탁금 관리가 이 시기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증권금융의 역할은 시장이 흔들릴 때 드러났다. IMF 외환위기와 증권·투신업 구조조정기에는 유동성 지원 재원을 마련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약 2조3천억 원을 증권업계에 공급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됐을 때는 3월 한 달 동안 약 5조9천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뒤에는 정부가 내놓은 50조 원 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를 지원하는 3조 원을 맡았고, PF-ABCP 매입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1955년 700만 원 규모로 시작한 증권사 유동성 공급은 2025년 상반기 31조7천억 원으로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2026년 7월 100조 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