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스템반도체기업 미디어텍과 위탁생산업체 TSMC가 AP(모바일프로세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기술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TSMC가 미세공정기술에서 앞서나가며 미디어텍의 시장지배력도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는 위탁생산과 자체AP ‘엑시노스’의 경쟁력 확보에 모두 큰 부담을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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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10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가 올해 1분기말부터 7나노 공정을 도입해 미디어텍의 차기 AP 시험양산에 들어간다.
TSMC는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 생산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미세공정개발에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정기술은 애플과 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위탁생산 수주에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퀄컴의 최신AP ‘스냅드래곤835’와 자체개발 AP ‘엑시노스9’에 10나노 공정을 적용했고 7나노 공정은 내년부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TSMC가 7나노 양산계획을 예상보다 앞당기며 우위를 점한 셈이다.
미디어텍이 TSMC의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AP를 예정대로 내년 초 출시할 경우 퀄컴 등 글로벌 경쟁사에 맞서 본격적으로 반등을 추진할 수 있다.
미디어텍은 주로 중국업체의 중저가 스마트폰에 AP를 공급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생산비중을 늘리며 고성능의 퀄컴AP 탑재를 늘려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AP시장에서 미디어텍의 점유율은 40.6%를 기록했다. 상반기 점유율 46%였는데 퀄컴의 AP 공급이 늘며 수요를 대거 빼앗긴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텍은 이에 대응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고성능AP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박람회 MWC2017에서 성능이 이전보다 큰폭으로 개선된 신제품 ‘힐리오X30’을 공개했다.
힐리오X30은 TSMC의 10나노 공정으로 생산되며 퀄컴의 스냅드래곤835와 맞먹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올해 2분기 출시되는 스마트폰부터 탑재가 예정돼있다.
내년 출시하는 미디어텍의 AP 신제품도 예정대로 TSMC의 최신 공정기술을 적용할 경우 성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텍과 TSMC는 협력을 통해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미디어텍의 AP는 TSMC의 미세공정기술을 통해 성능을 대폭 높일 수 있고 TSMC는 이를 통해 위탁생산 기술력을 검증받아 외부 고객사 확대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협력을 통해 대만 반도체기업들이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위탁생산사업과 자체개발 AP 엑시노스 시리즈의 시장확대에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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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미디어텍이 개발하고 TSMC가 생산하는 AP. |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인 퀄컴과 엔비디아 등의 주문 수주를 늘리고 지난해부터 TSMC에 빼앗긴 애플 아이폰의 AP 위탁생산도 되찾기 위해 공정기술력 증명이 절실하다.
또 올해 엑시노스9 출시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외 중화권 고객사에 본격적인 자체AP의 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미디어텍의 AP 신제품과 맞경쟁을 벌여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중국 메이주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엑시노스8 시리즈를 공급했다.
경제전문지 모틀리풀은 “TSMC가 7나노 공정기술에서 앞설 경우 퀄컴이 삼성전자에 차기AP의 위탁생산을 맡기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만약 차질을 빚을 경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디어텍과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체 AP 설계기술과 생산능력을 모두 확보한 성과로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디어텍과 TSMC가 협력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TSMC는 이미 5나노와 3나노 공정개발계획도 공식화했다”며 “삼성전자에 경쟁우위를 지키기 위해 칼날을 날카롭게 갈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