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과 이란의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되더라도 유가 흐름을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투자기관은 유가 전망치를 크게 낮춰 내놓은 반면 단기간에 하락 가능성은 낮다는 조사기관의 의견도 제시됐다. 다수의 선박이 2026년 6월18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 전쟁의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선박 통행이 빠르게 재개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됐다.
그러나 유조선 통행 정상화에 시간이 필요하고 주요 수입국의 재고 비축 수요도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돼 유가 흐름을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 국제유가 안정화에 증권가 ‘낙관론’, 내년 60달러 초중반대 전망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이 평화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지만 유가 전망은 아직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2달러로 전쟁 이전 수준까지 하락하자 잇따라 단기 및 중장기 유가 전망치를 대폭 낮춰 내놓고 있다.
배런스는 JP모간이 3분기 유가 전망치를 기존 104달러에서 86달러로, 4분기는 98달러에서 80달러로 각각 하향했다고 전했다. 2027년 예상치는 기존 75달러에서 63달러까지 낮아졌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간 연구원은 석유 공급이 아닌 수요 측면의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폭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의 군사공격 영향으로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수요 약세가 시장에 빠른 균형을 불러왔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미국이 이란과 평화 합의를 발표하기 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운송을 지원한 점도 수출 재개를 앞당기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JP모간의 분석이 제시됐다.
배런스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더 나아가 2027년부터 국제 원유 시장에서 공급과잉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가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씨티그룹은 2026년 3분기 국제유가 전망치를 기존 110달러에서 75달러까지 낮춘 데 이어 2027년 예상치를 80달러에서 65달러로 내렸다.
배런스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지만 하락폭이 지금처럼 빠르고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 ▲ 일본 가나가와현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
◆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통행 재개에 아직 여러 리스크 남아
다만 시장 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2027년 유가 전망치를 78달러로 제시하며 중동의 석유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배런스에 전했다.
이란이 미국과 평화 합의를 논의하는 가운데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계속 공격해 왔다는 점도 유가 안정화에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지목됐다.
미국 CNBC는 29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이른 시일에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유가가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여러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에너지어스펙츠는 “시장은 해운업계의 여러 난제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항해하려는 선사가 많지 않아 운송 비용이 여전히 매우 비싸다”고 CNBC에 전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 휴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보험사들이 해운 보험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CNBC는 과거 홍해에서 군사 충돌로 선박 보험료가 장기간 상승세를 보였던 것처럼 호르무즈 해협도 최소한 수 개월 동안은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가운데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우선순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유가 상승 리스크로 꼽혔다.
일반 화물선도 장기간 발이 묶였던 만큼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되더라도 원유 수송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CNBC는 이란이 휴전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도 변수로 지목했다. 이란이 통행료를 요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원활한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 ▲ 주요 투자기관의 최신 국제유가 전망치. <그래픽 챗GPT 제작> |
◆ 원유 수입국의 재고 축적 수요도 유가 상승 원인, 예측 난이도 더 높인다
BNP파리바는 원유 수입국들이 미국과 이란 전쟁 기간에 감소한 원유 재고를 빠르게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유가 하락에 걸림돌로 분석했다.
중동에서 원유를 주로 수입하던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는 공급 차질이 본격화되자 비축유를 적극 활용해 경제적 충격을 만회하는 데 주력해 왔다.
결국 대부분 국가의 비축유 재고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고려한다면 더 많은 비축유를 빠르게 확보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BNP파리바는 결국 세계 석유 시장에서 당분간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더라도 상당 부분은 시장에서 충분히 흡수될 것이라는 예측을 CNBC에 전했다.
결국 BNP파리바는 다른 투자기관들과 달리 2026년 말 유가 전망치를 80달러로 이전과 같게 유지했다. 2027년 예상치는 75~85달러로 제시했다.
세계 각국의 비축유 재고 확보 수요가 유가 반등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했다.
이러한 수요는 국제유가가 85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줄어들고 75달러 이하로 내리면 늘어나면서 한동안 가격이 안정화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졌다.
주요 투자기관들의 단기 및 중장기 유가 전망치가 이처럼 크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한동안 국제유가 흐름을 예측하는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상황과 관련한 돌발 변수도 여전히 예상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 국가는 평화 협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계속 이견을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을 재개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