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업계 1위인 금강제화가 제품 고급화 전략으로 오랜 침체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경덕 대표는 금강제화를 떠났다가 10년 만에 복귀한 전문경영인인데 새 성장동력을 젊은층에서 찾고 있다.
◆ 금강제화, 부활의 날개짓
1일 제화업계에 따르면 금강제화가 지난해 실적반등에 성공하며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금강제화는 2016회계연도(2015년 7월~2016년 6월)에 매출 3165억 원, 영업이익 74억 원을 냈다. 2016년보다 매출은 3.23%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2011년 매출 3896억 원을 기록한 뒤 4년 동안 계속 매출이 감소하며 침체기를 겪었는데 실적반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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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덕 금강제화 대표. |
금강제화의 부활은 김 대표의 고급화 전략에 힘입었다.
김 대표는 금강제화의 실적부진 탈출구를 고급수제화에서 찾았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급수제화시장만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화시장의 규모는 2005년 2조원에서 지난해 1조2천억 원으로 감소했지만 제화시장에서 남성 고급수제화의 비중은 2005년 600억 원(3%)에서 지난해 720억 원(6%)로 증가했다.
김 대표는 금강제화가 운영하는 고급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의 매장을 확대하고 마케팅에 집중해 판매량을 2013년 4만8천 켤레에서 2016년 6만7천 켤레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획일화된 트렌드와 디자인에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패션아이템으로 고급 수제화를 구입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헤리티지가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헤리티지는 금강제화의 매출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일조하며 국내 제화업계의 성공적인 브랜드 정착사례로 꼽히고 있다. 헤리티지 상품들은 1년에 단 한번만 할인혜택을 제공할 정도로 김 대표는 헤리티지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데 신경쓴다.
또 금강제화는 경쟁회사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동남아 등으로 공장을 옮긴 것과는 달리 상품의 90% 이상을 국내공장에서 생산하면서 제품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구두는 정교한 기술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이어서 생산지역마다 제품의 질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급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생산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헤리티지에서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맞춤구두(비스포크) 서비스’를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맞춤구두 서비스는 존롭, 벨루티 등 해외 유명 수제화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금강제화가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의고급화 전략은 금강제화 품질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이라며 “품질에 대한 고집스러운 뚝심이 금강제화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 김경덕, 젊은층 공략에 나서
김 대표는 금강제화에서 잠시 일하다 떠난 뒤 다시 대표로 돌아와 금강제화의 경영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나와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외국계 기업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0년 금강제화에 들어와 5년 동안 경영본부장을 맡았는데 그 뒤 회사를 옮겨 2015년까지 밸브제조업체인 한국키스톤발부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김 대표는 2015년 금강제화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10년 만에 금강제화에 돌아왔다. 당시에는 김 대표가 밸브제조업체 경영자로 있었고 금강제화를 그만둔 인물이라는 점에서 회사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였다고 한다. 게다가 11년 만에 대표가 바뀐 것이어서 혼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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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제화의 남성캐주얼라인 '리갈201'. |
취임 첫해에는 회사 분위기를 다잡고 경영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그 뒤 꾸준히 제품을 고급화하고 기능성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강제화를 이끌어 갔는데 지난해 실적개선에 성공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김 대표는 금강제화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젊은층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운동화 등 캐주얼 신발에 빼앗긴 젊은층의 수요를 되찾지 않고는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
김 대표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남성캐주얼라인 ‘리갈201’을 출시했는데 기존 정장화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청바지에 잘 어울리는 구두'라는 콘셉트로 청바지브랜드인 ‘게스’와 공동마케팅을 펼친 점도 효과를 얻었다.
리갈201은 지난해 2만여 켤레가 팔리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는데 김 대표는 올해 드라마 광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해 젊은층의 수요를 더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기존의 전략에서 한층 더 나아가 올해 1월 고급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에서 고급스니커즈를 출시하면서 급화와 젊은층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섰다. 남성 고급화시장의 확대와 비즈니스캐주얼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고급스니커즈시장이 제화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최근 20~30대는 물론 경제력을 갖춘 40대 이상의 직장인들도 스니커즈를 선호해 앞으로 고급스니커즈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에서 고급스니커즈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대표 취임 뒤 2년 동안은 금강제화의 실적부진을 극복하는 데 집중했다면 3년차인 올해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축소되고 있는 국내 제화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적 시도가 필수적이다”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했던 김 대표의 경험이 금강제화가 새로운 시장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