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페이스X의 상장을 계기로 한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미국의 우주항공 기술에 의존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월21일 미국 텍사스에서 스페이스X의 차세대 스타쉽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CEO가 이끄는 미국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상장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자체 우주항공 기술 및 인프라 확보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항공 분야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미국에 의존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공산이 크다.
◆ 스페이스X 상장 계기로 미국 우주항공 기술 의존에 경계심 확산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주항공 시장이 상업 분야를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및 기술 주권에 긴밀하게 연관된 영역으로 재차 부상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성장으로 전 세계 우주항공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기 시작하며 세계 각국에 기술 및 인프라 의존과 관련한 위기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논평을 내고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다시금 주목을 받으며 우주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스페이스X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주선 발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비용 경쟁력도 뛰어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계감을 가질 만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스페이스X는 6월 중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목표 기업가치는 1조8천억 달러(약 2726조 원)로 미국 증시 역대 최대규모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이는 전 세계 국가에 우주 분야와 관련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우주 산업은 발사체와 위성통신, 원격탐사, 궤도 인프라가 모두 기술 및 산업 주권과 안보에 직결되는 영역”이라며 “스페이스X는 미국의 전략 체계와 연관이 깊어 각국에 안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체적으로 로켓 발사를 비롯한 인프라나 관련 기술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국가에서 우주항공 산업을 키우려면 결국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차세대 중형위성(CAS500) 2호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지만 5월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를 활용해 쏘아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미국 정부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각국에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 ▲ 스페이스X 상장이 전 세계 우주항공 기술 및 인프라 자체 확보 노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래픽 챗GPT 제작> |
◆ 국가 안보 고려해 스페이스X 의존 낮추려는 각국의 노력 이어져
자연히 스페이스X와 같은 해외 기업에 의존을 낮추고 자체적으로 우주항공 기술 및 인프라를 확보해 우주 시장에 접근성을 높이려는 각국의 정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유럽연합(EU)이 2030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우주 프로그램을 대표적 예시로 들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우주항공 기술 및 인프라를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자체 위성항법시스템(GPS) 및 지구관측 시스템, 위성통신망 구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 및 비용 경쟁력을 갖춘 우주 발사체와 관련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해 자체 역량을 키워내겠다는 목표가 반영됐다.
캐나다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자국 내 로켓 발사대 설립을 비롯한 우주항공 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설립된 우주항공 스타트업 로켓랩이 전 세계 고객 기반을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한 점도 미국의 관련 산업 지배력을 경계하는 각국의 태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로켓랩은 미국에 의존을 낮추려는 국가들에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은 파트너”라며 “일본과 독일,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유럽의 사례와 로켓랩의 성장은 각국 정부가 우주 산업을 단순한 상업적 측면뿐 아니라 국제 정치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략 인프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뚜렷하게 나타낸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결국 “스페이스X가 전략 인프라에 필수적 위치를 차지하는 상황을 갈수록 많은 국가들이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스페이스X가 지금과 같이 전 세계에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주 산업에도 각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되며 다양한 기업들이 더 넓은 시장 진출 기회와 점유율 확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내다봤다.
| ▲ 이재명 대통령이 5월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정책적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
◆ ‘한국판 스페이스X’ 육성 정책도 본격화, 우주항공 강국 노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2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우주항공 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더욱 튼실하게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주항공이 인공지능과 반도체, 통신, 소재와 정밀기기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핵심 전략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매우 큰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에서 우주항공 산업이 경제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스페이스X 상장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까지 산업 주도권 선점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판 스페이스X가 탄생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3회 국무회의 겸 제10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우주항공 산업을 미래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관련 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 상장이 세계 각국의 자체 우주항공 역량 강화를 자극하고 있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분석이 한국의 사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각국의 자체 우주항공 기술 및 인프라 자급체제 확보 노력은 미국 빅테크에 의존을 낮추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권을 확보하려는 ‘소버린(독자적) AI’ 구축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미국 방산기업 BAE시스템즈는 홈페이지를 통해 영국과 협업 사례를 소개하며 “우주 주권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안보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수 과제가 됐다”며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우주 주권을 확보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