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HUFFPOST
기업과산업  전자·전기·정보통신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법원 "상대 동의 없는 통화내용 저장·엿듣기는 통비법 위반", 그럼 SKT '에이닷'과 LGU+ '익시오'는?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6-06-01 10:19:39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법원 "상대 동의 없는 통화내용 저장·엿듣기는 통비법 위반", 그럼 SKT '에이닷'과 LGU+ '익시오'는?
▲ 부모가 자녀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앱을 자녀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통화내용 녹음과 저장 기능이 있는 AI 비서 서비스의 법 위반 소지 논란이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SK텔레콤 모델이 AI 서비스 '에이닷'을 이용하는 모습. < SK텔레콤 >
[비즈니스포스트] 부모가 자녀 동의를 받아 자녀 휴대전화에 통화 내용 녹음 기능을 가진 앱을 설치했다.

부모는 이 앱을 통해 자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엿듣기도 했다.

합법일까, 불법일까.

불법이란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심에 이어 2심도 불법으로 판단했다.

자녀 동의는 받았지만 통화 상대방 동의는 받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이용자들의 통화 내용을 회사 서버(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은 합법일까, 불법일까.

이 사업자들 역시 통화 상대의 동의를 받는 절차 없이 통화 내용을 저장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란 명목으로 이렇게 하고 있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에 통화녹음 기능이 있는 '자녀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더라도 통화 상대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엿듣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박운삼)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앱 관련 업체 대표 ㄱ씨는 2019년 1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6008명에게 도청 프로그램을 판매한 혐의로 직원과 함께 기소됐다.

이 프로그램은 구매자 본인과 감시 대상자 휴대전화에 각각 '부모용 앱'과 '자녀용 앱'을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자녀용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가 GPS 정보, 문자메시지, 통화 내용을 저장·녹음해 ㄱ씨 회사 서버로 보내면, 부모용 앱 사용자가 원격으로 이를 확인하는 구조다.

ㄱ씨는 누리집 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자녀 보호용 위치추적 앱이면서 합법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튜브, 블로그, 이혼소송 카페 등에서는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를 감시할 수 있다'고 홍보돼 이용자들이 몰렸다.

재판부는 "앱 구매자가 자녀인 피감시자의 동의를 받아 '자녀용 앱'을 설치했더라도 전화 상대방으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이상 앱 구매자가 피감시자의 전화 통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앱을 판매하면서 설치 방법이나 사용법을 설명하는 등 앱 구매자들과 순차적·암묵적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자녀의 동의를 받아 앱을 설치했더라도 통화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고 통화내용을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또 앱을 판매하고 이용방법 등을 설명했으면 공모 관계로 볼 수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과 취지 설명이 같다.

이 판결 내용을 이동통신사 'AI 비서' 서비스에 접목해보자.

현재 SK텔레콤은 '에이닷', LG유플러스는 '익시오'란 이름으로 AI 비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먼저 내놨고, LG유플러스가 뒤따랐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법원 "상대 동의 없는 통화내용 저장·엿듣기는 통비법 위반", 그럼 SKT '에이닷'과 LGU+ '익시오'는?
▲ LG유플러스 모델이 AI 비서 '익시오' 서비스를 소개하는 모습. < LG유플러스 >
각각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로 이용자의 이동통신 음성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바꾸고, 통화 내용을 요약·저장해준다.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통화 내용을 엿들어 요약하고 저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위반 소지 논란이 일었다.

KT는 이런 법 위반 소지 논란을 의식해 AI 비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에이닷 출시 뒤 통비법 논란이 일자, LG유플러스는 "모든 과정이 가입자 단말기에서 이뤄지도록 설계했다"며 "통비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개인정보 유출 신고·조사 과정에서 익시오 이용자들의 통화 내용 요약과 저장 등이 LG유플러스 서버에서 이뤄지는 게 드러났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인정하며 "소통이 부족했다"고 발뺌했다.

SK텔레콤은 여전히 에이닷 이용자 통화 내용 처리와 저장 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에이닷 역시 익시오와 같은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많지만, SK텔레콤은 "법적으로 문제 없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에이닷 이용자들의 통화 내용을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처리해 어디에 저장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번 판결 취지대로라면, 에이닷과 익시오 역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통비법 위반 소지가 커 보인다. 무엇보다 통화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로 통화 내용을 엿들어 요약하고, 회사 서버에 6개월이나 저장하는 게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 연결 전 '통화 내용이 저장된다'고 알려주는 절차라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일축했다.

SK텔레콤은 "모든 과정을 AI가 한다. 사람이 엿듣거나, 사람 손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I 뒤에 사람이 있지 않냐'는 지적도 일축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AI 시대에 맞지 않는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통화 상대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은 "AI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통신비밀 보호를 무겁게 보장한다. 또 통비법은 당사자 동의 없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통화 내용을 엿듣거나 녹음(저장)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같은 정보·수사기관들이 국가안보나 수사 목적으로 감청을 할 때도 엄격한 절차를 거쳐 법원 영장을 받아 하도록 하고 있다. 긴급 감청이 필요할 때는 24시간 안에 법원 영장을 받아와야 한다.

정보인권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나 이동통신 가입자 등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수사기관에 고발해 에이닷과 익시오의 통비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아보면 어떨까.

해당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통비법 위반 소지 논란에 시달리느니, 이런 방식으로라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AI 비서의 통화내용 저장 여부를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금은 통화 내용 저장을 '필수'로 선택하게 하고 있다. 이를 선택하지 않으면 AI 비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아울러 정보·수사기관들이 이동통신사 서버에 저장된 AI 비서 이용자들의 통화 내용을 열람하는 절차도 마련되길 기대한다.

정보·수사기관이 AI 비서 서비스를 통해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통화 내용이 사업자 컴퓨터에 저장되고 있는 것을 알았으니, 국가안보나 수사 목적을 앞세워 열람하려고 할텐데, 지금은 따로 마련된 절차가 없다.

현행 법은 정보·수사기관들이 이동통신사에 수집·저장된 정보를 국가안보나 수사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정보·수사기관들은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통신자료(이용자 정보)와 통신사실확인자료(통화내역) 열람과 감청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들여다보기도 한다. 

현행 법대로라면, 정보·수사기관들은 통신사실확인자료(통화내역) 열람 절차에 따라 AI 비서가 자동 녹음한 내용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는 시민단체들은 수사기관들에게 AI 비서의 자동 녹음 내용에 대한 엄격한 감청 절차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섭 선임기자

최신기사

스페이스X 상장이 전 세계 '우주 경쟁' 자극, 한국 정부에도 핵심 정책적 과제로 부상
5월 수출 877억 달러로 역대 최대, 반도체 수출 지난해 대비 169% 상승
기후변화에 산불 피해 대형화 추세, 각국 방재 예산 부담도 갈수록 커진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법원 "상대 동의 없는 통화내용 저장·엿듣기는 통비법 위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사고 5명 사망, 지방선거 이틀 앞둔 여야 선거운동 수위 조절
HD현대중공업 1.4조 초대형가스운반선 8척 수주, 올해 수주목표 82% 달성
네이버 국내 드론 기업 유비파이에 투자, "피지컬AI와 드롭 기술 결합"
올해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 67%, "2027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 될 것"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폭발 사고, 사망 5명 부상 2명
한국계 미국 연방 상원의원 앤디 김 한화 필리조선소 방문, "자금 돌도록 길 열어줘야"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