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스포츠세단 '스팅어'를 출시해 성공을 거두면 고급브랜드를 분리하는 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며 기아차가 이르면 5월부터 국내에서 스포츠세단 스팅어를 판매한다. 스팅어가 출시되면 기존의 대형세단 K9, 대형SUV 모하비 등으로 구성된 기아차의 고급차 제품군이 한층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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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우 기아차 사장. |
기아차는 스팅어를 출시하면서 기아차 로고 대신 독자적인 로고를 부착한다. 기아차는 모하비에도 기아차 로고 대신 전용로고를 달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에 전용로고를 부착한 뒤 제네시스 브랜드를 분리하는 수순을 밟았던 것처럼 기아차가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를 출범할 수도 있다.
기아차는 실제로 스팅어 출범에 맞춰 고급브랜드를 출범할 계획을 추진하다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급브랜드를 분리하는 방안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 된 것”이라면서 “현재 스팅어를 출시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데 집중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스팅어가 성공하면 기아차가 고급브랜드를 출범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
기아차가 브랜드 고급화 차원에서 출시했던 K9, 모하비는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들은 기아차를 저렴한 차로 인식하고 있다.
K9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2555대로 전년보다 41% 줄었다. 제네시스 차량이 지난해 본격적인 판매궤도에 오르면서 간섭효과를 일으킨 탓이었다.
모하비는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한 데 힘입어 지난해 국내에서 1만5059대가 팔려 전년보다 73% 늘어났다. 모하비는 애초 미국을 겨냥해 개발됐지만 내수용에 머물고 있다. 기아차는 2008년 미국에 모하비를 출시했다. 하지만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2011년 수출을 중단했다.
기아차의 고급차들은 해외에서 더욱 힘을 못쓰고 있다.
K9은 지난해 미국에서 834대가 팔려 전년보다 68% 떨어졌다. 준대형차인 K7 조차 ‘기아차=저렴한 차’라는 인식 탓에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K7은 4738대로 전년보다 36%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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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스팅어'. |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아차의 고급화 전략과 관련해 “매달 지불해야하는 할부금을 생각하면 기아차의 프리미엄 세단을 사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스트코에서 자체브랜드 상표가 달린 100달러짜리 고급와인을 사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기아차는 스팅어 가격을 책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고급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는 가격을 높여야 한다. 스팅어 가격을 놓고 3천만 원 후반대부터 5천만 원 대까지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기아차는 지난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컨셉트 차량을 선보인 뒤 6년 만인 올해 1월에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스팅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스팅어는 8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됐고 엔진은 2.0터보, 3.3터보 두 가지로 선보인다. 기아차 최초로 4륜구동 방식이 적용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5.1초로 기아차 가운데 가장 짧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