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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정용진 '각자 생각 다를 수 있다' 백번 맞는 말, 유통가 오너 '자유발언'에 치를 대가도 크다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6-05-27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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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2604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용진</a> '각자 생각 다를 수 있다' 백번 맞는 말, 유통가 오너 '자유발언'에 치를 대가도 크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스타벅스 논란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직접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신세계그룹의 대응은 빠른 편이었다. 대표이사 해임은 논란이 벌어진 지 반나절 만에 이뤄졌다. 내부 진상조사 결과 발표, 오너의 공개 사과도 늦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읽은 사과문에 담긴 “각자의 생각은 다르지만”이라는 표현이 다시 뒷말을 낳으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다”는 말은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민주사회에서 개인은 누구나 사상의 자유를 갖고 정치적 신념을 가질 수 있다. 기업 총수라고 해서 정치적 생각이 없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가치관을 갖는 일 자체가 비판받을 이유도 없다.

다만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기업 오너의 말은 개인의 의견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신세계그룹처럼 백화점, 대형마트, 이커머스, 커피전문점 등 대중과 매일 접점을 갖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너가 공개적으로 남긴 말은 브랜드를 해석하는 배경이 되고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 전체를 판단하는 렌즈가 된다.

많은 경영자들이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것도 생각이 없어서가 아닐 것이다. 공개 발언이 가져올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말을 아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 회장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노출해 왔다. 특히 ‘멸공(공산주의를 멸함)’ 논란은 대선 국면과 맞물려 특정 정치 코드로 소비됐다. 당시 발언은 이번 스타벅스 논란이 터지자 즉각 소환됐다.

신세계그룹으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내부 조사에서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정 회장의 과거 발언과 이번 스타벅스 프로모션 사이에 직접적 연결고리가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실제 이번 논란을 정 회장의 정치적 성향과 곧바로 연결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평판의 영역은 법정과 다르다. 

직접 증거가 없다고 해서 소비자 인식에서도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기업의 해명뿐 아니라 그동안 오너가 보여준 말과 태도,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를 함께 떠올린다.
 
[기자의눈]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2604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용진</a> '각자 생각 다를 수 있다' 백번 맞는 말, 유통가 오너 '자유발언'에 치를 대가도 크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스타벅스 논란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더 곤혹스러운 대목은 논란 이후 스타벅스가 일부 극우 성향 온라인 이용자들의 조롱성 소비 대상으로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이번 논란을 희화화했다. 극우 성향 인사들도 스타벅스를 언급하며 논란을 정치적 소비의 대상으로 끌어들였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고객 경험이나 커피 품질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물처럼 소비되는 장면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것이 과연 정 회장이 원한 그림이었을까.

정 회장의 과거 표현은 개인적 소신의 표출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쌓인 뒤 브랜드 위기 상황이 오자 결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그룹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스타벅스는 특정 정치 성향의 소비자들이 ‘우리 편 브랜드’처럼 호출하는 대상이 됐다.

소비자 브랜드에게 이보다 위험한 장면이 더 있을까.

특정 진영의 환호를 받는 순간 반대편 소비자의 거리감도 함께 커진다. 스타벅스처럼 일상 소비재에 가까운 브랜드라면 정치적 편 가르기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정 회장의 “각자의 생각은 다르지만”이라는 표현도 이런 상황에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사과의 자리에서는 맞는 말도 때로는 불필요한 말이 된다.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떠올리게 한 논란 앞에서 생각의 차이를 언급할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이유다.

물론 정 회장이 직접 사과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사과의 진정성은 고개를 숙인 장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말을 덜어내고 무엇을 먼저 말하며 어디까지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이는지에서 드러난다.

이번 논란은 신세계그룹의 마케팅 검수 실패만을 보여준 사건이 아니다. 오너의 공개 발언이 브랜드 평판에 얼마나 오래 남고 위기의 순간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오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7년 전 부적절한 문구로 '탱크데이 사태'와 비슷한 논란을 겪은 무신사는 당시 마케팅에 ‘부주의한 기업’으로 남았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지금 부주의함을 떠나 ‘정치적으로 읽히는 기업’이 될 위험 앞에 서 있다.

그 차이는 사과의 속도에서만 오지 않았다. 오너가 평소 남긴 말의 무게에서 왔다. 정 회장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도 바로 그 지점이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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