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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
박창민 사장이 대우건설 주가를 올려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가가 현재 수준의 2배 이상이 돼야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숱한 논란을 거치며 대우건설 사장이 됐는데 주가부양으로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 산업은행 대우건설 매각일정 연기 검토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나온 뒤인 4월에도 매각공고를 내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재 시점에 대우건설 매각을 강행하게 되면 큰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만큼 매각시점을 최대 1년가량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애초 지난해 10월에 이사회를 열고 사모투자펀드인 KDB밸류제6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 전량을 올해 10월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 주가(주당 6천 원대)로 매각을 진행할 경우 산업은행이 최대 1조7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수 있어 매각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매각일정을 조절하면서 박창민 사장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박 사장은 지난해 사장추천위원회의 재공모 절차와 이사회의 일정 연기, 낙하산인사 등의 논란을 겪으며 대우건설 사장에 올랐다. 산업은행이 여러 논란에도 박 사장의 선임을 강행한 배경에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 사장은 2012년부터 4년 넘게 한국주택협회 회장을 맡았다.
한국주택협회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대형건설사뿐 아니라 중견·중소건설사 64개 기업이 가입한 주택관련 재단법인이다.
협회는 이 건설사들을 대변해 업계의 의견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데 주택협회장은 자연스레 정관계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통해 친분을 맺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매각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발이 넓은 박 사장을 대우건설 수장에 앉혔다는 것이 당시 건설업계의 주된 시각이었다.
박 사장은 2011년부터 3년 동안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역임해 건설사를 이끌만한 역량을 갖춘 점도 사장 선임의 배경이 됐다.
◆ 박창민, 주가부양 ‘중책’
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실적과 계열사들의 상황, 대외적인 변수 등이 주가의 오르내림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영식 전 대우건설 사장도 2013~2016년에 재임하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주가를 부양하라는 특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퇴임 당시 주가는 취임 때보다 10%가량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박영식 전 사장이 10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는데도 연임에 실패한 것은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박창민 사장에게 주가부양의 유일한 해답은 해외에서 신규수주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증권가는 바라본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주가는 주택규제의 완화와 경기개선으로 2014, 2015년에 상승하기도 했으나 최근 5년 동안 고점이 계속 낮아졌다”며 “이는 해외부문의 적자지속과 신규수주 부진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더구나 국내 주택부문의 성장성에 대한 걱정의 시각이 주가에 미리 반영되면서 주가가 저점을 형성하기도 했다”며 “올해 중동을 중심으로 발주가 회복돼 해외수주가 증가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수주가 앞으로의 매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우건설이 해외에서 신규수주를 회복한다면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에서 2조 원의 일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는 지난해 해외수주 금액보다 25% 늘어나는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직개편에서 해외영업본부에 속한 팀의 개수를 기존 3개에서 5개까지 늘리며 해외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우건설이 선제적으로 지난해 4분기 회계에 해외사업장의 잠재손실을 모두 털어낸 점도 주가를 부양하는데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사장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실적과 수주만이 주가 등락의 해답이 아닌 만큼 대내외적인 변수를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