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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최수현 임영록, 모피아의 엇갈린 운명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09-12 14: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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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최수현 임영록, 모피아의 엇갈린 운명  
▲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문책경고안을 심의하는 금융위원회 전체회의 자리다.

세 사람은 모두 서울대, 행시, 재무부로 연결된 30년 인연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운명이 이렇게 엇갈려 만날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세 사람의 엇갈린 운명

금융위원회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금융위 청사에서 전체임시회의를 열었다. 심의 안건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 문책경고다.

전체회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심판관의 자격이다. 임영록 회장도 회의에 직접 참석해 적극 소명했다.

세 사람은 이른바 모피아 출신 3인방이다. 모피아(MOFIA)란 재무부(MOF, 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이다. 과거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의 금융관료 출신이 산하 금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빗댄 것이다.

임영록 회장은 1955년 강원도 영월 출생으로 서울대 국어교육과 73학번이다. 행시 20회로 공직에 입문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재정경제부에서 자금시장과장,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1955년 충남 예산 출생으로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75학번이다. 임 회장과 동갑내기지만 서울대 입학은 2년 늦어 대학으로 후배다.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1983년부터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에서 근무한 정통 재무관료다.

신제윤 위원장은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임 회장과 최 금감원장보다 세 살 아래다. 서울대 경제학과 77학번으로 임 회장의 대학 4년 후배, 최 금감원장의 2년 후배다. 24회 행시에서 수석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과장 등으로 근무했다.

  신제윤 최수현 임영록, 모피아의 엇갈린 운명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 한솥밥 먹던 선후배에서 칼날을 겨누는 처지로


임 회장은 최 금감원장과 동갑이지만 대학입학과 행시기수로 최 금감원장의 선배다. 신 위원장은 임 회장에 비해 나이, 대학입학, 행시기수에서 후배다. 신 위원장은 최 금감원장보다 나이는 세 살 적고 대학입학도 아래지만 행시합격은 1년 빠른 선배다.

임 회장은 재무부 시절 최 금감원장과 가깝게 지냈고 친분 또한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 다 행시 출신인 데다 재무부 관료로 드물게 서울대 사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금융정책국장,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2차관까지 역임하며 재무관료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고 KB금융의 회장까지 올랐지만 KB사태를 겪으며 처지가 역전됐다. 대학과 행시, 직장의 후배였던 최 금감원장과 신 위원장 앞에서 자리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최 금감원장도 곤혹스러운 처지이긴 마찬가지다. 금융감독 최고수장으로서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하고 제재심위의 경징계 결정을 번복해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선배인 임 회장을 두 번 죽인 꼴이 됐다.

최 금감원장 또한 경질설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으나 최 금감원장은 KB사태를 악화시킨 주역으로 몰리고 있다.

최 금감원장은 이날 회의 참석에 앞서 경질설과 관련한 질문에 "청와대의 거취 이야기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때 한솥밥을 먹던 처지에서 선배에게 칼날을 겨눠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제윤 최수현 임영록, 모피아의 엇갈린 운명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 얽히고설킨 ‘모피아 생태계’ 개선해야


KB금융사태로 얽혀 엇갈린 운명을 맞은 세 사람이지만 금융권에서 이런 상황이 이례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모피아 출신 인사가 금융권 전체에 포진해 있는 만큼 이런 상황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금융지주사와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37개 금융사와 10개 금융관련 기관 및 협회의 임원급 가운데 74명이 기재부(옛 재무부, 재경부 포함), 금융위, 금감원 출신이다. 모피아로 분류되는 재무관료 출신은 이 가운데 39명이다.

기재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감독권한을 갖고 있는 부서 출신 인사들이 금융기관의 요직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KB사태의 경우처럼 금융관련 사고나 징계 건이 터졌을 때 봐주기 의혹 등도 끊이지 않았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권의 모피아 장악과 관련해 “금융업계에 진출한 노년 모피아를 현직에 있는 청년 모피아가 배려하는 모피아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고 표현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모피아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생사여탈권을 쥔 금융당국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한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KB금융사태를 계기로 금융권 내에 선후배로 연결된 집단 관료인맥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피아 출신이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들어오는 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금융위와 금감원 역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윤석현 숭실대 교수는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 관료집단의 연결고리를 끓어야 한다”며 “금감원을 민간으로 완전히 독립시키고 금융위는 감독에 연연하지 말고 금융정책만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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