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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디커플링 앞서가는 독일 '루르', 높은 중공업 비중에도 온실가스는 절반으로 줄어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5-12 14: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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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디커플링 앞서가는 독일 '루르', 높은 중공업 비중에도 온실가스는 절반으로 줄어
▲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도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공업지대 모습.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자연·환경·기후보호·소비자보호청>
[비즈니스포스트] 철강, 전력, 화학 등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들이 집중돼 있음에도 착실히 배출량을 줄여나가고 있는 지역이 유럽연합(EU)에 있다.

바로 유럽 공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며 유럽연합(EU) 전체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독일 ‘루르’이다. 

루르는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를 중심으로 라인강과 루르강을 따라 도르트문트, 뒤스부르크, 에센 등에 형성된 대규모 산업 경제권을 일컫는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의 자연·환경·기후보호·소비자보호청((LANUK NRW)이 2024년에 발표한 최신 통계치를 보면 2023년 기준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8790만 톤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연합이 온실가스 감축의 기준점으로 잡고 있는 1990년과 비교하면 약 49% 줄어든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30년 사이에 약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통계청의 잠정 집계치를 보면 2024년에 감축 수준은 더욱 확대돼 1990년 대비 약 51% 감소됐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독일 연방공화국 평균 감축률인 4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루르에는 대형 철강사 티센크루프, 화학 대기업 바이엘, 유럽 전력 생산의 핵심기업인 RWE 등 대기업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독일 전체 평균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해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경제가 위축된 것도 아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역내 총생산(GDP)은 2023년 기준 1991년 대비 약 26.6% 성장했다. 같은 기간 독일 연평균 성장률이 1%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철강과 화학 산업은 글로벌 경쟁 격화로 오랜 침체에 빠져 있었던 데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이 커진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온실가스 감축을 줄이면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이른바 ‘그린 디커플링’ 기조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가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석탄발전소를 예정보다 빠르게 퇴출시키며 공업 지대의 녹색화에 큰 진전을 이룬 점이 꼽힌다.

티센크루프와 바이엘 등 주요 중화학공업 기업들이 그린수소를 활용한 공정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며 온실가스 감축 폭을 확대했다.
 
그린 디커플링 앞서가는 독일 '루르', 높은 중공업 비중에도 온실가스는 절반으로 줄어
▲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스부르크시에 위치한 티센크루프 코크스 가공 설비 모습.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국내 기후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경제구조 측면에서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일린 리퍼트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독일은 석탄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강력한 법제도적 기반을 통해 명확히 추진해 왔다”며 “2030년으로 탈석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 지난 2월부터 활성화 방침을 천명한 ‘기후 금융’ 정책을 독일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점을 깊게 살펴볼 필요성을 짚었다.

리퍼트 연구원은 “독일은 법에 발전사에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대한 보상 매커니즘을 포함하는 동시에 석탄 의존 지역과 노동자에 대한 지원 조치도 폭넓게 담았다”며 “이같은 법적 기반은 투자자와 금융기관 모두에 정책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며 친환경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줄여 금융 기관이 에너지 전환에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다른 싱크탱크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기후재정 보고서를 통해 “독일은 강력한 오염자 배출 부담 원칙에 따라 조성된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을 비롯한 재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녹색국채를 매년 발행해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확장재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높은 재생에너지 가격에 대한 저항과 산업경쟁력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부담금을 폐지하고 탄소배당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국채와 정책금융을 활발히 활용해 기후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확산에 필요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탄소배출에 매긴 세금과 탄소배출권 경매 수익을 모아 국민에서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다양한 재원을 통해 기후전환 목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물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가 시행하고 있는 녹색전환 정책이 경제 성장의 불확실성을 완벽하게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이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제조업 총부가가치는 전년 대비 0.5% 하락했다. 다만 독일 정부는 이같은 후퇴가 지정학적 불안정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독일 연방 경제기후보호부는 지난 2월 2026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1.0%로 잡았다. -0.5% 역성장했던 2024년과 0.2% 성장하는 것에 그친 2025년보다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 본 것이다.

독일 정부는 올해 들어 본격화된 기업들의 수소 경제 인프라 구축 계획 및 티센크루프의 녹색 철강 전환 등이 투자를 활성화해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재생에너지 투자를 향한 관심이 최근 높아지고 있는 점도 녹색 전환 정책 기조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금융팀장은 "독일이 녹색 전환을 위해 도입한 모델을 보면 관련 지출을 목적 지향적이며 투자 중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고 팀장은 "이같은 구조는 재정적 신뢰성을 높이고 정치적 수용성을 확보하며 공공지출을 오염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게 한다"며 "독일의 사례를 봤을 때 전환을 위한 자본을 보다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활용하기 위해 재정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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