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가스터빈을 주력사업으로 키우며 1분기 관련 분야에서만 약 2조 원의 수주를 올렸다.
가스터빈 사업 성과는 전체 수주 규모 확대로도 이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의 1분기 전체 수주는 2조78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7208억 원보다 61.9% 늘었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관련 전력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중단 없이 운영되며 순간적 부하 변동에 민감해 출력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기 어렵다. 이에 안정적으로 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스터빈 기반의 복합화력발전소가 기저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최근 펴낸 ‘미국 가스 터빈 시장, 제조 부족과 수요 증가에 대한 해결책’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확장은 가스 터빈 시장을 재편하는 주요 동력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1분기 수주한 가스터빈 10기 가운데 국내 공급 3기를 제외한 7기도 모두 북미 데이터센터 관련 계약으로 나타났다.
가스터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후발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스터빈은 세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너덧 곳에 불과했는데 두산에너빌리티가 기술 개발에 나서 최근 들어 수주를 따내고 있다.
발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가스터빈 수요는 2025년 말 기준 연간 110GW(기가와트) 수준으로 높아진 반면 글로벌 생산 능력은 60~70GW에 그쳤다.
이렇듯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리드타임(생산에서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은 4년으로 글로벌 대표 기업들의 5~7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아 적시성을 우선하는 수요처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수요 확대에 따른 목표 초과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는 만큼 두산에널빌리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수주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분석도 증권업계에서 잇달아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초 10조 원가량의 수주 목표를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약 14조7천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수주 기록을 새로 썼다.
다만 기록을 이어가려면 대형원전 분야 수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대형원전 관련 수주 목표로 3조5천억 원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업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원전 수주는 6월 대미투자특별법 시행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6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투자 협의를 목표로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형원전 수주는 6월 대미투자특별법 시행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과 미국이 루이지애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캘리포니아주 담수화 사업·원전 등을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약 514조 원) 가운데 2천억 달러(약 293조 원)가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신규 대형원전 10기를 착공하는 것을 비롯해 2050년까지 SMR까지 포함한 원전 발전량을 현재의 4배 수준인 400GW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어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SMR 수주 확대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엑스에너지와 SMR 협력구조를 단단히 했으며 지난해 8월과 9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외교에 맞춰 아마존, 엑스에너지 등과 원전 협력관계를 다지는 활동을 이어가는 등 다각도의 수주활동을 펼쳤다.
정부 차원에서 원전 산업을 활성화할 목적에서 한국전력공사 및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이원화된 원전 수출 체계를 ‘원전수출진흥법’(가칭) 제정을 바탕으로 개선한다는 소식이 보도된 점도 수주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장혜진 KB증권 연구원은 “원전 수출 창구를 한국전력으로 일원화하는 가운데 6월을 목표로 대미투자특별법이 준비되고 있어 해외 원전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등을 제작할 초대형 단조 설비가 없어 대미투자특별법 시행과 원전 수출 창구 일원화가 마무리되면 해당 역량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 참여가 확실시된다.
단조 설비란 수백 톤 철강재를 성형해 한 덩어리로 원전에 들어가는 주요 기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말한다.
다만 산업통상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원전수출진흥법 입법 시기 및 구체적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국내외 한국형 원전 사업 및 미국 내 대형원전 사업 등 다각화된 사업 참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