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카카오' 떠나 일본 '라인야후' 품에 안겨, 라인게임즈와 합병 시나리오 부상
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6-03-25 16: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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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게임즈가 회사 설립 10년 만에 모회사 카카오를 떠나 일본 라인야후(LY주식회사) 산하로 편입된다.
카카오의 비핵심 사업 정리 기조와 라인야후의 게임 사업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라인야후가 카카오게임즈를 인수함에 따라 기존 게임 계열사인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를 합병해 새로운 게임 자회사를 출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가 보유한 자사 지분을 일본 라인야후에 매각키로 했다고 25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사진은 카카오게임즈 로고. <연합뉴스>
25일 카카오게임즈는 공시를 통해 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법인 LAAA 인베스트먼트에 카카오가 보유한 자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24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6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 인수를 병행하는 거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지배구조를 보면, 카카오가 37.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체적 매각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는 5월 거래가 완료되면 LAAA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과거 카카오가 뚜렷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했던 시기, 카카오가 토종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핵심 계열사다.
다만 최근 실적 부진과 그룹 차원의 경영 효율화 기조가 맞물리며, 카카오가 전격 게임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출시된 ‘오딘: 발할라 라이징’ 흥행 이후 모바일 게임 성장세가 둔화하며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4650억 원, 영업손실은 396억 원으로 전성기였던 2022년(매출 1조1477억 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라인야후는 2년 전에도 카카오게임즈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게임 사업 확대를 저울질해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각 사업 부문이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라인야후와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도모하고, 카카오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로 우선 카카오게임즈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상증자로 약 3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단기 유동성 부담을 완화하고, 하반기 예정된 신작 출시를 위한 투자 여력도 확보하게 된다.
또 최대주주인 라인야후가 일본서 메신저 '라인'과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그간 카카오게임즈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해외 매출 개선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석이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거래로 카카오게임즈의 사업 방향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고, 라인야후 편입을 통해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이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자금 유입에 따른 재무 안정성을 기반으로 개발 인력 확보와 신작 마케팅 등 적극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라인야후 그룹이 카카오게임즈를 인수한 뒤, 기존 게임 자회사인 라인게임즈와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라인게임즈의 서울 역삼동 사옥 내부 모습. <라인게임즈>
업계에서는 최종적으로 라인야후 산하의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간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 모두 메신저 플랫폼 기반으로 성장했고, 게임 퍼블리싱(유통)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결합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라인게임즈의 재무적 투자자(FI) 입장에서는 합병이 현재 거의 유일한 투자금 회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인게임즈 2대주주인 앵커PE는 실적 부진으로 라인게임즈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자 투자금 회수를 위해 수년째 법적 대응을 이어오고 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앵커PE는 보유 지분을 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 주식으로 전환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내 게임 업체 관계자는 "라인야후가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두 게임사를 동시에 지배하게 되는 만큼, 이번 거래 과정에서 라인게임즈 주주의 사전 협의가 있었거나 합병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구조 설계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라인게임즈와는 무관하다”며 “글로벌 인프라를 보유한 라인야후와 협력해 세계 시장에서 게임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