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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3월] 트럼프의 이란 전쟁, '팍스 아메리카나' 종언 부를까

박창욱 기자 cup@businesspost.co.kr 2026-03-09 06: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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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운이 쉽사리 걷힐 것 같지가 않다.

전황을 전하는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CNN 등 주요 외신뿐 아니라 중동 현지 언론 보도 어디서도 종전의 기미를 찾기 힘들다.
 
[데스크리포트 3월] 트럼프의 이란 전쟁, '팍스 아메리카나' 종언 부를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 연방의회 하원 회의장에서 진행한 국정 연설을 통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뉴스>

일부에서 미국과 이란 두 나라 사이에 협상 재개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란을 먼저 때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이란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며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란은 항복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결사 항전의 태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수도 한 복판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이니가 미국의 대규모 공습에 죽었다. 그것도 가족과 함께 몰살당했다.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이란은 협상에 나설 명분이 없다. 

사실 이란으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핵 협상을 한참 진행하는 와중에 전격적 공습을 당했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형국이다. 

핵 협상에 이란 대표단을 이끌었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ABC뉴스에 "미국이 협상 도중에 우리를 공격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 내에서조차 '외교적 신뢰를 저버린 협상'이었다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인 일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애초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미국과 핵 합의(JCPOA)를 이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시절인 2018년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고 이란을 향한 경제 제재를 재개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핵합의를 충실히 지켰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농축 우라늄 재고를 줄였고 농도도 민간용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제재를 이어갔다. 이란도 우라늄 농축 농도를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수준을 향해 높였다. 

미국은 이에 지난해 6월 이란 핵 시설을 공습했고 그 뒤 지난 2월까지 모두 3차에 걸쳐 핵협상을 다시 진행했다.

이 핵협상에서 중재를 맡은 오만의 사이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과거 오바마 대통령 때 합의보다 진전된 내용을 이란이 제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란이 자국 석유개발 권리를 미국에 주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란을 쳤다. 

이를 놓고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에너지 패권을 확실히 하고자 이란을 공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은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2위와 3위인 나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란을 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엡스타인 성착취' 논란에 휘말린 일이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자국민 총격 살해에 따른 여론 악화를 외부로 돌리고자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조차 이란과 전쟁을 둔 여론이 나쁘다. 로이터, CNN 등 주요 언론의 여론 조사를 봐도 전쟁 반대 여론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에서조차 전쟁 반대 목소리가 높다.

과거 걸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 때 자국 내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타국과 전쟁 초기에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이른바 '깃발 효과'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은 과거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통해 수 천명의 전사자를 냈고 수 조 달러의 천문학적 돈을 허비했다. 이런 피로감이 상당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과 달리 중동 전쟁에 나서며 반감을 샀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기간과 목표를 놓고 말을 자꾸 바꾼 점도 좋지 않은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중동 전쟁의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나든 간에 앞으로 세계는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트럼프 집권 뒤 균열이 일기 시작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빠르게 붕괴할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지금껏 세계를 지탱했던 미국 일극 체제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한 일방적 행보를 보이며 과거 수십 년간 유지됐던 국제 사회의 질서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자국 이해에 맞지 않으면 단번에 엄청난 관세를 매기고 동맹국의 영토도 넘본다. 타국 정상을 납치해 가둬버리기도 한다. 타국을 향한 모욕과 조롱은 일상적이다.

그 힘에 여러 나라들이 아직까진 숨죽이고 있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소프트파워 없이 군사력만으로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유지한 역사는 지금껏 없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이런 점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아렌트는 "특정 민족이나 계층을 중심으로 한 국민국가의 제국주의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금까지 국민국가가 건설한 제국은 결국 실패했다. 로마 제국을 꿈꿨던 나폴레옹이 무너졌고, 대영제국이 분열됐다. 히틀러의 도이치 제3 제국이 망했고, 일본의 군국주의도 같은 길을 걸었다.

과거 로마나 이슬람 같은 고대 제국에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통치의 규칙이 있었고, 이는 자연스레 국제법의 성격을 띄었다. 

하지만 국민국가는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기에 제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억압하게 된다. 백인과 기독교 중심의 국가를 건설하려는 트럼프의 행보처럼 말이다.
 
[데스크리포트 3월] 트럼프의 이란 전쟁, '팍스 아메리카나' 종언 부를까
▲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 항구의 모습. <연합뉴스> 

그런 억압은 필연적으로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역사에서 반복됐다. 지금의 미국은 최소한 명분과 국제 질서를 내세웠던 이전의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다.

걸프전이나 이라크전과 달리 이번 이란 공습에 어떤 미국의 우방국도 동참하지 않은 사실을 미국 일극 체제 붕괴의 전조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중심의 일극이 흔들리면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세계는 더 혼란스러워질 공산이 크다. 

힘과 이익 중심의 국제정치가 펼쳐지고 분쟁 관리의 메커니즘이 붕괴하게 된다. 무분별한 군비 경쟁이나 핵 도미노가 일어날 가능성도 상당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저서 '무극화 시대'를 통해 세계 질서에 책임과 중심이 없어지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번 중동 전쟁의 뒤에 세계 질서에 거대한 혼돈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이런 혼돈은 지정학적으로 약한 고리에서 분출하는데 바로 한반도가 그런 곳이다.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은 주식 시장의 급등락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혼란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생존과도 깊은 관련성이 있다. 

개인도 정부도 모두 냉철해야 하고 유연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에도 거대한 폭풍으로 밀려오고 있다. 박창욱 글로벌&기후대응부장 겸 건설&에너지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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