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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경영방침, 현대건설 우뚝 세워

박은희 기자 lomoreal@businesspost.co.kr 2014-02-18 13: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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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경영방침, 현대건설 우뚝 세워  
▲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2011년 4월 1일 오전 서울 계동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건설 임직원 조회에서 정몽구 회장이 조회 연설을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저가수주 불가’ 경영방침이 불황에 빠져있는 건설업계에서 현대건설을 '군계일학'으로 세웠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의 한파 속에서도 7000억대 흑자라는 발군의 성적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특히 수주와 매출 부문에서도 크게 성장하며 우리나라 ‘1위’ 건설사의 명예를 지켰다.


1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3조9383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7929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4.3% 늘었다. 현대건설은 또 지난해 104억여 달러 규모의 해외수주를 따내며 건설업계 최초로 2년 연속 해외수주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이 대규모 해외공사 손실의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한 것과는 정반대의 성과다.


◆ 정몽구 회장, ‘규모’보다는 ‘수익성’


현대건설이 이런 놀라운 성과를 거둔 배경으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해외수주 기본 방침이 으뜸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정 회장은 가장 먼저 ‘수익성’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그해 4월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실사팀을 현대건설에 파견해 약 3개월 동안 경영 상태 및 국내외 주요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큰 건설 규모에 비해 손실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공사 수주 사례가 적발됐다. 그러자 정 회장은 “실적을 내기 위해 수익성도 없는데 외형만 키우는 수주는 다시는 하지 말라”는 방침을 강하게 제시했다.

정 회장의 지침은 곧 현대건설 공사 수주의 ‘제1 기준’이 됐다. 이후 현대건설은 저가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최소 6~8%의 수익 보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수주전에서 물러났다. 이런 정책 변화로 그해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액은 47억달러에 머물러 전년(110억4000만달러)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은 저가수주로 인한 타격이 적다는 점이 오히려 현대건설의 강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11년 이후 수주한 양질의 해외공사 비중 증가와 원가절감 등의 노력이 매출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 무리한 수주 대신 새로운 시장 개척


현대건설은 저가수주에 나서지 않고서도 2012년부터 다시 해외수주 규모를 키웠다. 현대건설이 시장다변화 전략을 추진해 중동과 동남아 뿐 아니라 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우즈베키스탄에서 GTL(Gas to Liquid) 플랜트 건설사업 수주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총 32억 달러(약 3조3888억원)로 이중 23억2600만 달러가 현대건설의 몫이다. 이번 수주를 통해 지난해 현대건설의 총 해외 수주액은 약 104억 달러를 기록하며 2012년(105억2500만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현대건설은 CIS(독립국가연합)지역은 물론 중남미 등 비중동 지역으로 해외수주 시장을 넓히는 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지역과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잇따라 수주를 따났다. 2010년 현대건설의 전체 해외 수주 중 75%를 차지하던 중동 지역 비중은 지난해 19%로 떨어졌다. 대신 CIS 지역(43%)과 베트남 등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의 비중이 높아졌다.


수익이 높은 해외공사 수주를 늘이면서 현대건설의 실적도 살아났다. 2012년 현대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3248억과 76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1.8%, 3.4%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현대건설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 회장의 방침으로 영업이익 1조 가능할까


정 회장의 저가수주 불가 방침은 올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원가 표준화를 통해 저가수주를 사전에 방지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기본 원가를 표준화해 공사종목별·국가별로 대략적인 견적금액을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견적가를 정밀하게 산출해 부실 견적으로 인한 저가수주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이미 엄격한 수주 심사를 적용하고 있다. 실장급 임직원 10여명이 참여토록 한 수주 심사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공사 수주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구매, 재경 담당 본부장의 전원 합의를 얻어야 한다. 또 해외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위해 20여개의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이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새로운 시스템이 특정 분야의 수주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토목과 건축·플랜트·전력 등이 엇비슷한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어느 한 부분의 매출이 부진하더라도 전체 회사 매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표준화 시스템의 정확도를 기하면 견적 실수와 저가 수주를 걸러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종 다양화 및 해외수주 수익 강화가 이어지면 내년에는 영업이익 1조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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