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관리서비스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자산관리서비스를 옛 하나은행의 핵심역량으로 키워 온 경험을 바탕으로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KEB하나은행, 로보어드바이저 후발주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을 열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크래프트테크놀러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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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로보어드바이저란 인공지능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KEB하나은행은 금융위원회의 2차 테스트베드(시험공간)에 참여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이 업체의 기술을 모바일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하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은 자체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포함한 새 자산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지난해 금융위의 테스트배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결국 전문업체와 협력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사업을 추진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셈이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신한은행,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기업은행 등)은 지난해 금융위 테스트베드에 참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KEB하나은행이 금융위의 1차 테스트배드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금융위에게 인정받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내놓는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들이 내놓은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실제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4월16일까지 1차 테스트베드를 가동한 후 심의위원회를 열어 4월 말경 수익률뿐 아니라 합리성과 규율적합성, 안정성, 보안성 등에 문제가 없는지 평가한다.
금융위는 고객이 직접 은행과 증권 등 지점을 찾아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가입절차를 거치도록 해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테스트 중인 운용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이 일정요건을 갖춘 판매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하면 예외적으로 비대면 일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은 비대면 일임계약이 허용되지 않으면 금융위의 테스트배드에 참여할 실익이 적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위가 테스트배드를 중심으로 비일임계약을 허용할 계획을 세운 만큼 뒤늦게라도 2차 테스트배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오랜 자산관리 경험으로 후발주자 불리함 극복 추진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시장은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국내 자산운용규모는 지난해 1440억 원이었는데 2021년까지 2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관리서비스는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자산관리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는 데다 운용인력 및 관리인력이 필요없기 때문에 차세대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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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Cyber PB'의 홍보 이미지. |
KEB하나은행은 1991년에 국내 최초로 프라이빗뱅킹(PB)사업을 시작한 만큼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은 은행 가운데 자산관리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지닌 곳으로 평가된다.
KEB하나은행이 국내은행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인 ‘Cyber PB’을 개발하고 운용해본 경험이 있는 점도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부문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파이낸스지가 주최한 ‘제1회 PB 어워드’에서 국가별 최고상인 ‘대한민국 최우수 PB은행’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글로벌 최우수 PB은행’상을 받기도 했다.
함영주 은행장은 자산관리사업 확대를 올해 핵심전략의 하나로 설정하고 자산관리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도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자산관리서비스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자산관리시스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올해 전반적인 자산관리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바탕으로 한 자산관리서비스는 이제 초기단계인 상황”이라며 “초기 진출이 늦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하나은행은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