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관계자들이 주식 거래시간 연장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6월 말까지 12시간 거래 안 한다고 코스피가 5천에서 3천으로 주저앉습니까?”
코스피 5천을 돌파하며 한국 자본시장 새 역사를 쓴 날 축제여야 할 한국거래소 앞은 반발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사무금융노조)는 22일 서울 의도 거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래소의 일방적인 거래시간 연장 통보 방침을 규탄했다.
거래소는 앞서 6월 말까지 12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하고 2027년 말에는 24시간으로 거래시간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 방침이 현장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대체거래)가 낮은 수수료와 유연한 거래 시간을 무기로 시장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하자, 독점 체제에 안주하던 거래소가 위기감을 느끼고 무리한 승부수를 던지는 과정에서 모든 부담이 증권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는 것이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본부장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철저히 한국거래소 입장에서 계산됐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와 달리 프리마켓의 주문을 정규장으로 이전하는 ‘원보드’ 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지 않다“며 "원보드 체계 개발은 지금부터 1년 반 정도 소요되지만 오전 7시부터 오전 8시까지 프리마켓 체계 구축은 6개월이면 가능하니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독점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 바뀌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래소가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대신 증권사를 압박하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현행 넥스트레이드의 장 개시 시간인 오전 8시까지 거래시간을 늘리면, 넥스트레이드의 호가 이전 체계를 이용해 오전 9시 주문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선진 자본시장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 거래 시간 연장은 아니라고 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한국거래소는 독점 체제였기 때문에 현재 총자산이 10조 원이 넘는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대체거래소 출범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경쟁이 힘들어지니 생존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했겠지만 과연 코스피 5천 시대가 거래 시간을 연장해서 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시적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 ▲ 이정훈 사무금융노조 KB증권지부 부위원장<왼쪽 두번째>이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정훈 사무금융노조 KB증권지부 부위원장은 "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보다 더 낮은 수준이 아닌 동등한 수준으로인하한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두 달 동안만 넥스트레이드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를 한 것은 한국거래소의 수익성이 얼마나 보전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거래소는 두 달 동안 회원사들을 테스트 도구로 활용했다“며 "회원사는 이 수수료 체계 변경을 위해서 중요한 주문 시스템을 변경하고 두 달 뒤에는 다시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소와 경쟁하기 위해 주문 시스템과 더 낮은 수수료율을 들고 나왔지만 거래소는 회원사에 시스템 변경 부담을 전가하며 '수익성 방어'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보다 메이커(지정가 주문)와 테이커(시장가 주문) 수수료를 한국거래소보다 각각 40%, 20% 낮은 0.0013%, 0.0018%를 적용한다. 한국거래소 수수료는 일괄 0.0023%를 적용했으나 최근 넥스트트레이드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했다.
실제로 현재 거래소 수수료 체계 변경에 따른 차액 손실은 모두 증권사의 몫이라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파악한 바로는 삼성증권 딱 한 군데에서 이 수수료 체계를 구축했는데 고객들에게 항의 전화가 온다고 한다“며 ”나머지 증권사들은 고객에게는 메이커 수수료로 징수를 하고 거래소에는 제대로 된 수수료를 제출하는데 그 차익분은 회사가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 시간이 늘어 호가가 분산되는 점도 거래시간 연장의 문제로 지적됐다. 주식시장 유동성은 호가가 쌓여서 만드는 것인데, 7시로 당겨서 호가를 분산시키면 증시가 단기 변동성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날 노동조합 기자회견이 잡히고 나서 23일 예정된 한국거래소와 실무자들 거래시간 관련 설명회는 취소됐다.
이창욱 증권업종본부 본부장은 "24시간 거래에 대해 안 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금융 시장이 정말 활성화되고 우리나라 부가 늘어나는 거에 반대를 왜 하겠느냐"며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되느냐인데 지금은 거래 시간 연장의 실효성이 없는데 자원을 무리하게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