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투자업계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 회장은 임기를 1년 정도 남겨 놓았는데 그동안 ‘검투사’라는 별명과 달리 협회장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금융투자업계의 이익을 본격적으로 대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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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6일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법을 분리해 은행에게 자산운용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산운용업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주 업무로 삼아온 영역인 만큼 은행에게 자산운용업이 허용되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황 회장은 6일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타업권에서 신탁업법 분리를 요구하는 것은 자산운용업에 진출하기 위한 의도”라며 “은행이 할 일은 자체적인 비용 효율화를 하는 게 1순위인데 그게 안되니까 남의 업권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국내 금융산업의 효율성 분석’이라는 브리핑을 통해 은행이 업무를 확장하는 데만 노력할 뿐 수익성을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황 회장이 또 증권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증권사가 법인지급결제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황 회장은 “금융투자업계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은행업 및 보험업과 비교해 증권업이 부당한 규제 아래 놓여있는 것을 빨리 고쳐나가야 한다”며 “국내 금융업권 사이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이 금융투자업계의 규제철폐를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올해가 금융투자협회장으로서 보내는 마지막 해라는 점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다.
황 회장이 취임할 당시 증권과 은행, 정치권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수많은 인맥을 맺어온 만큼 이를 활용해 금융투자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2년 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회장이 추진한 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금지나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업무 허용, 인수합병 인가제 도입 등 주요 사업들은 다른 업권과 갈등을 빚으며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황 회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해 은행에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과 증권사에게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두 차례 갈등을 빚었지만 모두 하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에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판매를 허용하고 반대로 법인지급결제업무를 증권회사에게 허용하지 않았다.
황 회장은 지난해 인수합병업무에 인가제를 도입해 회계법인들의 인수합병업무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 등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인수합병 인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상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금융이슈에 거침없이 주장을 내세우며 등 ‘검투사’라는 별명에 걸맞는 모습은 보여줬지만 가시적 성과는 거두지 못한 셈이다.
이번 신탁업 분리를 놓고도 이미 금융위에서 본격적으로 신탁업법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황 회장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오른 뒤 각종 이슈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황영기’라는 브랜드를 각인했다”며 “다만 이번 신탁업 분리와 관련해 또 다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황 회장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대관능력에 의문부호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