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협상의 파행이 장기화하고 있다.
‘2016년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의 교섭대표가 누구인지를 놓고 대립하면서 한자리에 마주하지도 않고 있다.
14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임단협 협상조차 열리지 않는 상황을 놓고 노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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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왼쪽),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
회사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이 누구한테 있는지만 명확해지면 언제든지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분사를 추진하기 위해 일부러 협상을 지연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로봇·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임시주주총회에서 분사안건이 처리되면 노조의 분사절차 반대투쟁은 사실상 힘을 잃게 되는데 이 점을 고려해 회사에서 협상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추진하는 분사작업은 단지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안정적 지배구조를 만들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기 위해 노조의 형태를 빌미로 삼아 임단협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분사작업과 임단협 협상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분사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추진하는 것일 뿐 승계절차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회사는 분사와 무관하게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임단협 협상의 교섭대표를 두고 회사와 노조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점도 파행사태가 장기화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노조 관계자는 “1월 중순경 현대중공업 노조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로 변경됐다는 사항을 회사에 알렸다”며 금속노조 위원장의 위임을 받은 황우찬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임단협의 교섭대표로 참여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교섭대표 변경과 관련한 제대로 된 근거자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의 형태가 ‘지부’인지 ‘지회’인지 명확하지 않아 누가 단체교섭권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관련한 근거를 보내줄 것을 노조에 요구했으나 답변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과거 판례에도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명확하지 않다면 교섭거부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지부는 지역단위로 설립된 뒤 아래에 개별기업 지회를 두게 되는데 사업장이 큰 기업노조의 경우 지부라는 이름을 달기도 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모두 금속노조 기업 지부로 편성돼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아직 지부와 지회 가운데 어떤 명칭을 쓸지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로부터 당분간 ‘현대중공업지부’라는 명칭을 쓰라는 통보를 받았다.
금속노조 중앙위원회는 20일 회의를 열고 현대중공업 노조의 명칭을 지부와 지회 가운데 하나로 확정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의 형태만 확정되면 바로 임단협 협상은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