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면세점사업이 정치리스크에 발목이 잡힐까.
면세업체에 카지노처럼 매출액의 일부를 기금으로 걷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호텔신라 면세점사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호텔신라 면세점은 롯데면세점과 함께 면세점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는 면세점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 법안을 놓고 이중과세 논란도 제기돼 법안통과는 미지수다.
◆ “면세점 특혜 받으면서 세금은 안내”
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의원이 최근 대기업 면세점이 특혜를 받으면서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며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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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자 새정치연합 의원 |
이 법안은 면세사업자들이 영업이익 가운데 15%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내놓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보세판매장은 납부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 의원은 “면세사업은 국가에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등의 특혜를 받지만 대기업 면세점들은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며 “영업이익 중 일부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부터 해외여행시 면세한도가 기존 400달러에서 50% 높아져 국내 면세점의 매출액이 증가할 전망이지만 현재 면세점이 공적재원으로 납부하고 있는 항목은 '특허보세구역허가상' 이용에 대한 '특허수수료'가 전부로 매출 기준 0.05%(중소기업은 0.01%)에 불과하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카지노의 경우 매출액 가운데 10%가 관광진흥기금으로 조성된다. 경마사업은 16%의 레저세를 내고 홈쇼핑사업자도 전년도 결산 영업이익의 15% 범위 안에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박 의원은 “특혜를 받는 상황에서 면세사업자라고 공적 재원조성에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되면 호텔신라 면세점사업 타격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시장은 롯데면세점이 52%, 신라면세점이 31%의 점유율로 양분돼 있다. 두 대기업이 80%가 넘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타격을 받을 곳은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다.
특히 호텔신라의 경우 면세점사업 의존도가 높아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호텔신라는 매출이 2조3천억 원에 육박하며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그중 85%는 면세점에서 나왔다.
업계는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호텔신라의 2015년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가 약 9% 낮아진 2334억 원이 될 것으로 본다.
동양증권 박성호 연구원은 “개정안 내용은 대기업 면세점의 전년도 영업이익 가운데 15%를 당해 연도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징수하는 것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호텔신라의 기업가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발의소식이 알려지면서 호텔신라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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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그러나 업계는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한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사업자는 카지노처럼 사행산업이 아닌 유통사업이어서 관광진흥기금을 부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면세점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흐름을 보이는 만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면세점사업은 카지노와 달라 허가가 곧 특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화점과 같이 유통마진을 취하는 사업일 뿐이란 지적이다.
KDB대우증권 함승희 연구원은 “면세사업은 특혜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면세업체는 세전이익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기금명목으로 징수를 할 경우 이중과세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발의단계에 있는 만큼 현실화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호텔신라는 법안 발의 소식만으로도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됐다.
게다가 지난달 27일 관세청장이 대기업의 면세점 신규 운영권을 허용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호텔신라 면세점사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김낙회 관세청장은 지난달 26일 “해외의 대형 면세점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운영권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대기업의 면세점 신규 운영권을 허용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