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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2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욕구와 대기업 김부장의 승진 욕구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5-12-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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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2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욕구와 대기업 김부장의 승진 욕구
▲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임원 진급을 꿈꾸다 실패한 뒤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는 김낙수 부장(류승룡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 JTBC 홈페이지 화면 캡쳐 >
[비즈니스포스트] “회장의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이 문제다.”

1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뒤 처음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고 참호를 구축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인데 그 원인으로 과도한 연임 욕구를 꼽은 것이다.

이후 ‘과도한 욕구’라는 표현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안이한 진단처럼,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김낙수 부장, 도진우 부장은 상무를 달기 위한 과도한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드라마 속 상무 승진 욕구가 그럴진대, 승진의 ‘끝판 왕’으로 여겨지는 회장까지 오르려면 얼마나 강한 욕구를 지녀야 할까.

‘과도한’이라는 단어가 기본적으로 지닌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그렇지, 우리는 다 안다. 남보다 강한 성취욕 없이는 그 자리에 이르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연임 욕구를 누르고 자발적으로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이야말로 대단한 것인지 모른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 회장 선임 과정을 보면 전임자가 회장 선임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자발적으로 물러난 사례는 흔치 않다.

1991년 초대 하나은행장을 지내고 2001년 초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은 고 윤병철 전 회장은 2014년 쓴 회고록 ‘금융은 사람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전에는 그만둬야지 했다가 오후에는 이 일만큼은 내가 마무리해야지 하는 식으로 마음이 흔들렸다. 퇴진의사를 미리 밝힌 것은 공표를 통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윤 전 회장은 국내 은행산업에서 연임이 보장되는 데도 스스로 은행장에서 물러난 첫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1997년 하나은행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는데 저서에서 77년을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하나은행장 경영승계를 꼽았다. 용퇴를 결심하고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뀔 정도로 행장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이 문제만 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체이스,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지금의 회장이 10년 넘게 CEO를 맡고 있다. 이들은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국내 리딩금융인 KB금융그룹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평가되는 윤종규 전 회장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어쩌면 과도한 연임 욕구에는 죄가 없는지도 모른다.

경영역량을 지닌 사람이 공정한 과정을 통해 회장으로 계속 연임되고 금융지주의 장기적 발전을 이끌 수 있다면 그것이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데스크리포트 12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욕구와 대기업 김부장의 승진 욕구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연임에 성공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 1인으로 선정했다. 신한금융에 이어 BNK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선정을 앞두고 있다. BNK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현직인 빈대인 회장과 임종룡 회장이 각각 연임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회장의 과도한 연임 욕구를 탓하며 민간 금융사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과도한 욕구가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고 공정한 룰 안에서 경쟁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감시하는 일일 테다.

또한 부당한 인사 개입에 대한 경계심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이사회 참호 구축만큼이나 권력 어느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인사 청탁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낙하산 인사는 그동안 쌓아 온 내부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트린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요즘도 형, 누나 하면서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아 하는 얘기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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