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12-03 17: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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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악화와 카카오의 계열사 재편 기조가 맞물리면서 큰 폭의 관계사 정리 작업을 거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게임즈가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모회사 카카오의 고강도 체질 개선 기조와 맞물리며 대대적인 ‘군살빼기’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핵심 계열사를 연달아 정리하면서 전략 방향을 수정하는 가운데 본체인 카카오게임즈까지도 중장기적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든다.
3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연내 국내 계열사 수를 기존 99개에서 80여 개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계열사 정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17개 계열사가 매각됐고 최근에는 신사업으로 공을 들여왔던 헬스케어 부문 철수까지 결정했다.
앞서 카카오는 여러 사업 부문에 계열사를 통해 진출하며 그룹 확장에 나섰지만 ‘문어발 확장’ 비판이 커지자 중심축을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으로 옮기며 구조조정을 가속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10월 주주서한에서 “2년 만에 계열사의 30%를 감축했으며, 연말까지 계열사를 80개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올해 카카오게임즈가 가장 큰 폭으로 계열사 정리 작업을 거쳤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5월 크래프톤에 보유한 넵튠 지분 전량을 1650억 원에 매각하면서 넵튠 산하 넥스포츠, 님블뉴런, 엔크로키, 온바인드, 이케이게임즈, 팬텀, 플레이하드, 트리플라, 프리티비지, 맘모식스 등 10곳의 자회사가 한꺼번에 연결에서 빠졌다.
이어 10월에는 스크린골프 자회사 카카오VX 지분 100% 전부를 2100억 원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자회사 IVG로 넘겼다.
외부 매각이 논의됐지만 적정 인수자를 찾지 못해 내부 계열 편입으로 정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엔플루토와 골프와친구 등 부실 계열사도 정리됐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세나테크놀로지 지분의 38% 가량을 매각해 세나테크 관계사 6곳이 연결에서 제외됐다.
게임 계열사 전반의 축소는 엔데믹 이후 이어진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악화와 모회사 카카오의 핵심 사업 중심 재편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호황기에는 스크린골프·메타버스 등 ‘비욘드 게임’ 전략 아래 외연 확장을 시도했지만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카카오게임즈 본체의 매각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흥행작 하향 안정화와 신작 부재 속에 적자전환하면서 모회사 실적에도 부담을 주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4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으며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조혁민 카카오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는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수익성 개선은 신작의 성과에 달려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지금보다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보수적인 가정을 염두에 두고 자원 배분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대규모 계열사 정리를 통해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자회사들을 떼어낸 만큼 향후 중장기적으로 본체 매각을 추진하기에 구조가 더 가벼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 산하 라인게임즈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의 인수 후보가 거론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가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은 스크린골프 사업을 털어낸 만큼 부담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라며 “콘텐츠 구조조정 기조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매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실적은 악화했지만 카카오게임즈가 그룹 내에서 꾸준히 현금을 창출해온 몇 안 되는 자회사였던 만큼 당장 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