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달훈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는 올해 현대자동차 이사회의 선임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는 올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심달훈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를 첫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심 이사는 국세청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조세·세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만큼 현대차가 직면한 다층적 리스크 환경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 조세·세무 전문가 심달훈 선임사외이사, 현대차 글로벌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법 찾는다
심달훈 선임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의 새로운 ‘사외이사 체제’는 글로벌 사업 리스크를 사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통제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해외 주요 기업들이 선임사외이사로 두고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해온 흐름과 맞닿아 있어, 현대차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실질적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 선임사외이사 중심으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이사회 구성원 재편도 이뤄졌다. 현대차는 3월 주주총회에서 학계나 정부기관 출신이 아닌 글로벌기업의 경영자 출신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도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구성으로 재편했다. 보수위원회는 전원이 사외이사고,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사내이사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사외이사다.
심 선임사외이사는 현재 감사위원회 위원장,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 보수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이사회 내 핵심 견제와 감시 기능을 총괄하고 있다.
사외이사 가운데 유일한 국세청 출신으로 현대차가 직면한 국제조세·관세·재무 리스크 대응에 필요한 실무 감각과 정책 이해도를 모두 갖춘 인물로 꼽힌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중부지방국세청장,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국세청 징세법무국장·법인세납세국장 등을 거쳐 조세전문업체 우린조세파트너 대표를 지냈다.
2021년 사외이사에 합류한 뒤 전기차 수요와 미국·중국 시장의 변화 등 현대차가 직면한 복잡한 글로벌 리스크를 꾸준히 점검해왔다.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를 새롭게 선임하며 이사회의 기업경영 관련 전문성도 한층 강화했다”며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실질적 조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심달훈 선임사외이사 중심 사외이사 역할 강화하는 이유, 현대차가 앞에 놓인 숙제는 무엇일까
심달훈 선임사외이사는 별도의 사외이사 회의를 통해 현대차 앞에 놓인 복합 리스크를 미리 점검한다. 필요할 경우 경영진에게 자료제출이나 현안보고를 요청할 권한도 갖는다.
이는 현대차 이사회와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이 규제·법·정책·조세 등 복잡한 리스크와 구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북미 중심의 글로벌 성장 전략과 친환경차 전환 속도 조절, 러시아·중국 시장 변수, 국내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복합 국면에 놓여 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미국의 정책 변화다. 북미는 현대차의 최대시장인 만큼 관세정책과 보조금 제도 변화가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올해 11월부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췄지만 앞서 25% 부과 결정이 있었던 만큼 관세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전기차는 7500달러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배터리 공급망과 생산·가격 전략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여기에 미국의 노동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자·이민 심사, 강제노동 규정 등에서 기업 책임이 커졌다. 이에 따라 해외법인 감사와 공급망 관리 기준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유럽 역시 기회와 부담이 공존한다. 친환경차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Euro 7을 비롯해 강화된 환경·탄소 규제로 제조비용이 늘고 있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되는 정책도 예정돼 전기차 투자(CAPEX)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경제 제재로 현대차 공장 가동도 중단된 상태다. 최근 로고·상표권을 다시 등록했지만 실제 사업 재개까지는 여러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글로벌 제조기업에 대한 국제조세와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미국·유럽·중국은 이미 다국적 기업의 이전가격 조사를 강화하고 있고, ‘글로벌 최저한세(15%)’ 제도도 본격화면서 현지 법인의 이익 배분 방식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세율 낮은 나라로 이익을 옮겨 세금을 줄이는 관행을 막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도입한 제도로, 다국적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사업하든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