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GF리테일이 해외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왼쪽)이 엘리트검사 출신이자 BGF리테일을 편의점업계 1위 자리에 올려 놓은 아버지 홍석조 회장(오른쪽)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
[비즈니스포스트]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이 아버지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해외로 나간 지 8년 만에 편의점의 발상지인 미국 본토에까지 편의점 CU의 깃발을 꽂았는데 이는 BGF리테일을 이끌어갈 오너경영인의 역량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한국 관광객과 이민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하와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최근 일주일 사이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소식 가운데 하나는 바로 편의점 CU의 하와이 1호점 개장 뉴스다.
오픈 당일 CU 하와이 1호점에 입장하려고 30분~1시간가량 기다렸다는 경험담부터 시작해 하와이의 대표 관광지인 와이키키에서 CU를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는 개인적 소감까지 활발하게 공유됐다.
미국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CU 하와이 1호점은 화제다.
한 현지인은 “다섯 번이나 걸어갔지만 지금은 너무 정신 없어서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다”며 “유튜버랑 카메라맨들이 곳곳에 있고 음식은 다 팔렸으며 줄도 엄청 길다”는 소식을 전했다.
CU의 미국 진출은 홍정국 부회장에게 감회가 남다른 일일 수밖에 없다.
홍 부회장이 BGF리테일의 눈을 해외로 돌린 시기는 8년 전인 2017년부터다. 국내 편의점시장이 점차 포화상태로 치달으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 첫 대상으로 낙점한 곳은 이란이었다. 진출 초기만 하더라도 “테헤란이 들썩였다”, “편의점에 손님이 바글바글하다”는 현지 분위기가 전해졌다.
하지만 2018년 11월, BGF리테일은 1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내부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지 않았음에도 이란 현지기업이 요청해오자 ‘한국 편의점 최초의 해외 진출’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진출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편의점과 맞지 않은 이란의 사회 구조와 미국의 경제제재,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등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물론 이 시도로 홍정국 당시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BGF리테일은 2017년 10월24일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홍 부사장의 승진을 놓고 “편의점업계 최초로 이란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뒤끝이 개운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중요했던 시기 홍 부회장은 다음 진출 국가로 몽골을 점찍고 2018년 8월 매장 6개를 동시에 오픈하면서 회사의 역량을 몽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득 수준과 매출이 비례하는 유통업계의 특성상 몽골에서 성과를 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내부의 의구심에도 BGF리테일은 몽골에서 무섭게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진출 2년여 만에 100호점, 4년 만에 200호점을 내면서 한류를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BGF리테일이 2021년 말레이시아로, 2024년 카자흐스탄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할 수 있었던 데는 이란 실패와 몽골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에까지 진출한 것은 해외사업에 8년을 기울인 노력이 점차 열매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도 볼 수 있다.
BGF리테일이 사업의 무대를 해외로 넓힌 것은 비단 내수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홍정국 부회장이 아버지
홍석조 회장의 뒤를 이어 오너경영인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 바로 해외였다는 얘기가 재계 안팎에 떠도는 말이다.
홍 부회장은 2013년 BGF리테일 경영혁신실장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입사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2014년 12월 돌연
홍석조 회장이 BGF리테일 등기임원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홍석조 회장은 홍정국 당시 상무 주변에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배치하면서 그가 역량을 갖춘 오너경영인이 될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했다.
| ▲ BGF리테일이 편의점 산업의 태동지나 다름없는 미국 본토에 편의점을 낸 것은 한국 편의점업계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최근 출점한 CU 하와이 1호점 오픈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BGF리테일 > |
홍 부회장에게 이러한 아버지의 존재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과 재계에서 두루 수완을 보여준
홍석조 회장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홍 부회장이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하와이에서까지 K편의점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편의점업계의 새 역사를 썼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홍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든든한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홍 부회장의 눈은 앞으로 미국사업에 더 속도를 싣는 데 닿아 있다.
CU는 3년 안에 하외이에 매장 50개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이는 하와이 유명 편의점 체인 ABC마트와 맞먹는 수준이다. 사실상 3년 안에 하와이 편의점산업의 양대산맥을 이루겠다는 포부나 다름없다.
홍 부회장은 지분 승계도 받고 있다. 3분기 말 기준으로 BGF그룹의 지주사인 BGF 지분을 살펴보면
홍석조 회장이 32.4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홍 부회장은 지분 20.77%를 보유한 2대주주이며 그의 동생인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지분 10.50%를 들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