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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미국과 중국의 협공 위기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7-02-05 10: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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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기업 인텔과 마이크론이 트럼프 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에 힘입어 미국기업에 반도체 공급을 늘리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반도체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데다 중국도 반도체 자급을 목표로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어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타격 가능성

5일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얼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세금혜택 등을 내걸고 미국 IT기업들에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미국과 중국의 협공 위기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트럼프는 미국에 생산공장과 연구개발시설 등을 세울 경우 현재 35%에 이르는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겠다는 공격적인 정책을 내걸며 해외기업들의 미국 진출도 유인하고 있다.

마켓리얼리스트는 “미국 제조업이 활성화될 경우 인텔과 퀄컴, 마이크론 등 반도체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일부 확보하고 있지만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한국과 중국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져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된다.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에도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런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이크론은 D램과 3D낸드의 공정기술력에서 삼성전자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인텔은 올해부터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계획하며 삼성전자와 경쟁을 앞두고 있다.

경제전문지 시킹알파는 “인텔과 마이크론은 지리적 이점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특혜를 볼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벌어져도 타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본격화하며 관세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삼성전자에 강력한 위협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45%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중국의 반도체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인텔과 마이크론은 미국과 중국에 모두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생산공장을 대규모로 확보하고 있어 관세인상에 따른 타격을 크게 입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킹알파는 “중국은 메모리반도체의 최대시장인 만큼 인텔과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급을 끊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낮다”며 “중국정부와 공장설립으로 협력도 강화한 만큼 인텔과 마이크론에 유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중국 반도체 자급계획도 위협

미국과 관계악화로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기술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도 삼성전자에 장기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미국업체와 기술협력이 어려워지자 자체적으로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확보해 진출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미국과 중국의 협공 위기  
▲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왼쪽)와 마크 더칸 마이크론 CEO.
이에 따라 생산시설과 기술인력확보를 위한 투자를 더 앞당기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82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계획을 내놓았는데 최근 이와 별도로 30조 원 규모의 신규공장 투자를 발표하며 성장전략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높은 임금을 앞세워 대만과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기술인력도 꾸준히 영입하고 있는 만큼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중국정부는 현재 대부분을 한국과 미국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를 자급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미 현지 스마트폰업체에 이런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계획이 실현되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불리한 사업환경을 맞은 데 이어 반도체 최대시장인 중국에서도 고객사를 놓치게 되는 등 협공을 받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정부는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사업 진출계획에 대비해 현지 반도체기업들에 지원계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세계 2위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며 정부차원에서 현지 반도체기업들에 지원을 점점 강화하며 삼성전자가 글로벌시장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마켓리얼리스트는 “미국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기술안보 유지의 핵심과제로 파악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반도체 관련 정책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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