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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트럼프 '불안한 협력', 삼성전자와 LG전자 촉각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7-02-05 10: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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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밀월관계’를 계획했지만 이민자정책과 해외 현금보유 등을 놓고 마찰이 빚어지며 삐걱거리고 있다.

애플과 트럼프 정부의 이런 관계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스마트폰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애플, 트럼프 정부와 불안한 관계

5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과 트럼프 정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해외생산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강도높은 조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아이폰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압박했다.

  애플과 트럼프 '불안한 협력', 삼성전자와 LG전자 촉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와 팀 쿡 애플 CEO.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팀 쿡 애플 CEO는 미국에 생산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손을 내밀고 트럼프 대통령도 강력한 세금감면 혜택을 약속하는 등 관계가 개선되는 듯 싶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입국제한조치를 취하자 애플이 미국 IT기업을 대표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내놓으며 다시 관계가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팀 쿡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이민자들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트럼프의 정책은 절대 지지할 수 없다”며 “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이민제한정책이 지속될 경우 애플과 같은 대부분의 거대 IT기업이 기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연구개발에 장기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애플이 트럼프 정부와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은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기업들에 현지공장을 설립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할 경우 중국에서 생산할 때와 비교해 인건비 등 비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나 수익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전자전문매체 BGR은 “애플이 실제로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인력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해외에 보유한 250조 원 이상의 현금도 미국으로 들여오지 않을 경우 세금을 매기는 등 추가적인 제재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팀 쿡은 애플의 현금을 대규모 인수합병 등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디즈니와 타임워너 등 대형 콘텐츠기업이 유력한 인수합병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CNN머니는 “애플의 거대 인수합병 시도는 트럼프 정부의 반독점규제에 부딪혀 성사되기 어렵다”며 “결국 트럼프 정부에 굴복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삼성전자 LG전자 대응 촉각

애플의 행보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스마트폰업계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 공약대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수요를 대체할 절호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애플과 트럼프 '불안한 협력', 삼성전자와 LG전자 촉각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이 경우 ZTE와 TCL그룹 등 미국에서 굳건한 입지를 확보한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에 이어 화웨이 등 미국진출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경쟁사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편으로 트럼프가 미국기업인 애플에 불이익을 줘 결과적으로 한국업체들의 확대를 도와주는 정책을 실제로 추진할지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도 한국과 베트남 등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되는 만큼 관세인상 가능성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전자제품에 전반적으로 관세인상을 추진할 수도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이 판매량과 수익성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맞춰 미국 생산공장 설립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으로 해외사업을 대폭 축소하며 꾸준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시장에 의존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LG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7~8위권으로 하락했지만 미국에서 16% 정도의 점유율로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은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미국에 스마트폰 공장을 설립할 경우 애플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인건비와 부품운송비가 늘어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스마트폰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를 이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미국 판매비중이 높은데 미국에서 실적이 부진할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업체들과 맞대결을 벌여야 해 애플을 비롯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전체 수출품목에서 스마트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타격을 받을 경우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업뿐 아니라 정부차원의 대응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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